붕괴한 광주 신축 아파트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편법적인 재하도급 형태로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최상층인 39층 바닥을 콘크리트로 타설하는 중 발생했다.
콘크리트 타설 업무는 전문건설업체인 A사가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맺었다.
붕괴 당시 8명의 작업자가 타설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A사가 아닌 장비 임대사업자인 B사의 직원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사는 레미콘으로 반입된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올려주는 장비(펌프카)를 갖춘 회사로 A사에 장비를 빌려주는 임대 계약을 맺은 곳이다.
원칙적으로는 B사가 장비를 이용해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옮겨주면 타설은 골조 계약을 맺은 A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직접 해야 한다.
그러나 콘크리트 운반과 함께 콘크리트 타설까지 일괄로 B사에 맡겨지면서 B사의 직원들이 이른바 '대리 시공'을 했다.
법률 관계상 불법 재하도급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재하도급의 구조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부실시공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며 재하도급 행태는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고 말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타설 직종은 펌프카에서 인력을 수급해서 쓰는 이런 관행들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예 처음부터 타설 회사가 제곱미터당 단가를 정해 펌프카 회사에 일괄적으로 맡기고, 펌프카 회사가 사람을 고용해 타설까지 함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붕괴 사고가 난 현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고 현장을 대리 시공한 업체는 주로 외국인을 고용해 저렴한 곳으로 유명한 업체"라고 귀띔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단 교수는 "A사가 필요한 자재를 임대했더라도 타설 작업까지 일괄적으로 임대 업체에 맡겼다는 것은 불법 재하도급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청과 재하청으로 내려갈수록 공사비가 깎여나가는 것은 재하도급의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라며 "결국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를 이미 압수 수색한 경찰은 관계자 진술과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불법 재하도급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화정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에서 최상층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까지 16개 층 내·외부 구조물이 무너지는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타설 작업 중이던 작업자 8명은 모두 대피했으나 그 아래에서 창호 등 공사에 투입된 작업자 6명이 실종, 사고 엿새째인 이날까지 1명만 숨진 채 발견됐다.
붕괴 원인으로 콘크리트 부실시공(양생 기간 부족)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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