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절대 평택 오시면 안 됩니다. 여기 완전 마비입니다.”
급박함이 전해지는 후배의 문자 메시지를 읽는 순간, 7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데자뷔됐다.
가공할 치명률로 평택지역은 물론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메르스 발원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한 도시는 말 그대로 적막감 그 자체였다.
그랬던 것처럼, 평택지역이 또 다시 패닉에 빠졌다.
14일 0시 현재 평택시 신규 확진자가 759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전체 신규 확진자 수의 40%를 차지하는 규모다. 전국(4542명)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17%를 웃돈다.
이날 평택 신규 확진자 집계는 지난 12일 통계에서 누락된 247명이 합산된 것으로, 이를 감안하더라도 실제 하루 확진자 수는 500명대를 넘어섰다.
평택 내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주한미군’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 연휴 이후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군측은 동의하지 않는 눈치다. 그러면서도 구체적 현황은 공개를 꺼리고 있다.
어찌됐든, 평택의 감염자 대다수는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되고 있어 확산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도와 평택시, 주한미군은 ‘코로나19 대응 워킹그룹’ 회의를 이른 시일 내 열기로 했다. 미군측도 이미 보건방호태세(HPCON)를 ‘브라보 플러스(Bravo+)’로 상향 조정하는 등 긴급 방역대응에 나섰다고 했다니 지켜볼 일이다.
프레시안이 둘러본 평택 팽성읍 캠프 험프리스(K-6) 인근 로데오거리도, 신장동 오산공군기지(K-55) 인근 쇼핑몰 거리도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띠게 줄었다. 상점들은 사실상 ‘철시’ 상태다.
따가웠던 시선, 극도의 불안감, 직격탄 맞은 지역경제 등 ‘메르스 트라우마’를 털어내지 못 한 평택시민들은 그 당시의 혼란과 공포가 다시 엄습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연초부터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오키나와현 등 미군기지 내 집단감염과 무관치 않다는 현지 언론보도다. 일본 정부는 미군 측에 장병 외출 제한 등 사실상의 항의 입장을 전달했고, 미국과의 전향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우리도 책임 소재를 떠나 향후 사태 악화 방지를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이유다.
“선배, 평택 언제 오시나요? 코로나19도 끝났는데 빨리 오세요.” 이런 문자를 받게 될 그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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