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공군 수원기지) 소속 고(故) 심정민(29·공사 64기) 소령이 민가 추락을 피하기 위해 탈출을 포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비행사고 대책본부는 13일 "현재 일부 비행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심 소령은 다수의 민가를 회피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민가 인근 야산에 충돌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추락한 F-5E 전투기는 지난 11일 오후 1시 43분께 정상적으로 수원기지에서 이륙했지만, 이륙 후 상승하는 과정에서 전투기 좌우 엔진화재경고등이 켜졌다.
이후 이 같은 상황을 관제탑에 알린 뒤 긴급 착륙을 위해 수원기지로 선회하는 도중 추가로 조종 계통 결함이 발생하면서 기체가 급강하했다.
심 소령은 관제탑과의 마지막 교신을 통해 2차례에 걸쳐 ‘이젝트(Eject·탈출하다)’를 선언하며 비상탈출 절차를 준비했지만,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공군은 "당시 기체가 급강하 하는 상황에서 심 소령은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채 가쁜 호흡을 한 정황이 비행기록장치에 담겨 있었다"며 "사고기 추락 지점은 마을과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고 직후 비상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던 심 소령은 추락 현장과 30∼40m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초 추락한 기종이 노후화의 영향으로 비상탈출좌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지만, 확인 결과 추락한 전투기의 비상탈출좌석은 F-16 항공기와 동일한 신형 사출좌석(KR16)으로 교체돼 있었던 만큼, 항공기 속도(0~550노트)와 고도(0~5만 피트)에 무관하게 안전하게 사출이 가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심 소령의 영결식은 14일 오전 소속부대인 공군 수원기지에서 유족과 동료 조종사 및 부대 장병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部隊葬)’으로 엄수될 예정으로, 고인은 영결식 이후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조국 하늘을 수호하다가 순직한 심정민 소령의 명복을 빌며, 슬픔에 잠겨 있을 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민가를 피한 고인의 살신성인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표상으로, 언제나 우리 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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