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자이너로 일하다 직장내괴롭힘, 과로 등에 시달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이찬희 씨 유족이 지난해 7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재 심사 결과는 오는 2월께 나올 예정이다.
<프레시안>의 취재에 따르면, 고인의 배우자인 서은영 씨는 지난해 7월 말 법무법인 마중의 김위정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산재신청서에서 대리인들은 이 씨가 직장내괴롭힘, 과로 등 업무환경 요인에 의해 정신질환을 얻어 지난해 9월 세상을 등졌다고 주장했다.
10살, 7살 두 아이의 아빠였던 이 씨는 생전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했다.
외모품평에 "지하실 갈 줄 알아" 막말...밤샘근무 등 과로도
산재신청서에 담긴 동료들의 증언을 보면, 이 씨는 사업장 임원 A씨로부터 직장내괴롭힘을 당했다.
차량 디자인 작품을 리뷰하는 회의 자리에서 A씨가 이 씨에게 "누구야 무슨 냄새야", "디자인 못 하면 지하실 갈 줄 알아", "누구는 살 좀 빼야겠다" 등 막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 씨가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차량을 디자인했을 때 A씨가 "저 차는 둘이서 한 거예요", "저는 OO이와 OO이를 스타로 만들어 줄거에요" 등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씨가 이 씨를 디자인 성과자에서 제외하려 한 셈이다.
A씨가 평소 '말 잘하고 외모를 가꾸는 스타 디자이너'를 강조하며 직원의 외양을 하나하나 지적하곤 했고, 다른 직원에게도 괴롭힘 행위를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대리인들은 또 고인이 만성적 과로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유족 서 씨가 이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에는 "정상퇴근 얼마만이야", "오늘도 늦겠네?, "속옷이랑 옷 책겨가라 했잖아. 왠지 이럴(야근) 거 같았어. 아이가 아침에도 아빠 찾으며 울었어"와 같은 말들이 남아있다.
야근이 반복되자 서 씨는 이 씨의 퇴근시간을 다이어리에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이 씨는 증세가 악화돼 정신과에 내원하기 직전 며칠 동안 여러 번 밤샘근무를 했다.
우울증 등 진단 받고 휴직 시작했지만 복직일 다가올수록 증세 나빠져
이같은 업무환경에서 일하던 이 씨는 2019년 1월경부터 정신적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 1월 21일 이 씨의 증세가 폭발했다. 당일 이 씨는 회사를 돌아다니며 "제가 부족한 게 많습니다. 잘 하겠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친 뒤 A씨에게 직접 찾아가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이 씨는 하루 뒤 팀장과 함께 정신과를 방문했고 조울증, 우울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같은 해 4월부터는 6개월 기한의 휴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씨의 증세는 복직일이 다가올수록 나빠졌고, 지난해 9월 끝내 세상을 등졌다.
이 씨가 세상을 떠난 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다음과 같이 적힌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프레시안>은 현대차에 이 씨의 죽음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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