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소개(疏開) 조치를 명령해 이곳에서 치료 받던 80여 명의 사회적 약자들이 적절한 전원 조치 없이 쫓겨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대형 민간병원을 코로나19 대응에 동참시키지 않고 공공병원으로만 감염병 상황에 대응하려다 약자들이 머물 곳이 사라지는 사태가 일어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보건, 의료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연합한 '불평등끝장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는 성명을 내 이 같이 밝히고 정부를 향해 비인권적이고 야만적인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자체 집계 결과 "정부의 이번 소개 조치로 인해 최근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약 80여 명의 저소득층 환자와 행려·노숙인, 이주노동자 등이 쫓겨났다"며 "정부가 엄동설한에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거리로 쫓아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아울러 국립중앙의료원이 "취약계층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다며 이곳에서 쫓겨난 이들 약자들이 갈 곳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미 대부분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했고, 민간병원은 가난하고 어려운 환자 치료를 거부했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 중이었던 취약계층 환자들에게 적절한 적절한 전원 대책" 없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작년 12월 21일 국립중앙의료원은 긴급비상회의를 열어 소개를 결정하고, 코로나19 병상 300개를 확보했다. 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 중앙예방접종센터, 호스피스 병동, 비 코로나 중환자실 등을 전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했다.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를 위해 "현재 의료원에 입원 중인 외상 중환자와 비 코로나 중환자, 취약계층 환자를 타 의료기관으로 소개하고 코로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인력"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가 취약계층 환자 전원 대책을 발표한 바 없다는 게 이들 단체의 지적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아울러 이번 소개 조치에 관해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의료원 내 병상을 비우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해 왔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이제 서울에서 노숙인 등이 입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단 두 곳만 남았고, 응급실 이용이 가능한 곳은 보라매병원 한 곳만 남았다고 이들 단체는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 환자를 두고 "보라매병원까지 갈 차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가난한 이들에게 놓인 현실"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이 같은 사태의 근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이들 단체는 비판했다. 이들은 "겨우 20~50병상을 코로나19 치료에 내놓으면서 돈벌이 진료를 포기하지 않은 삼성‧아산‧세브란스 같은 대형민간병원들에 책임을 묻지 않고, 128개의 코로나19 병상을 운영하면서 가난한 환자들을 돌봐온 국립중앙의료원을 더 쥐어짠 것이 결국 이런 비극을 만들었다"며 "민간병원이 코로나19 환자나 취약계층 환자 둘 중 하나라도 최소한 제대로 진료했다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민간병원에 이 당연한 의무를 강제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재난 시기에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가장 어려운 처지의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병원의 존재 이유이며, 이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아울러 근본 대책 일환으로 정부가 취약계층이 처한 의료공백 실태를 파악할 것을 요구했다. 또 대선 후보자들에게도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책임 있는 입장을 내야 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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