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의 한 야산에 공군 전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탈출하지 못한 조종사가 끝내 순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공군 제10전투비행단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4분께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태봉산에 F-5E 전투기 1대가 추락했다.
해당 전투기가 추락한 곳은 공군 수원기지(수원군공항)와 직선거리 8㎞ 가량 떨어진 곳이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소방관 등 190여 명과 소방헬기 2대 및 펌프차 등 장비 30여 대를 동원해 기체에 붙은 불을 진화하는 등 사고를 수습하는 한편, 경찰 및 군과 함께 전투기에 탑승 중이던 심모(30대) 대위를 수색했다.
그러나 당초 비상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던 심 대위는 사고 발생 2시간 여만에 추락 현장과 30∼40m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군은 "사고 전투기가 기지에서 이륙한 후 상승하던 도중 항공기 좌우 엔진 화재 경고등이 켜진 뒤 이어 항공기의 기수가 급강하했다"며 "당시 조종사는 ‘비상탈출’을 두 번 외치는 등 탈출을 시도했지만, 끝내 탈출하지 못하고 순직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확인된 전투기도 추락 과정에서의 충돌 여파로, 기체 앞 부분이 형체를 잃은 모습이었다.
현재 추락 현장은 만일의 사고를 우려해 접근이 통제된 상태다.
해당 전투기에 폭발물과 탄약 등은 탑재되지 않았으며, 민간인 피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추락 현장 일대 주민들은 전투기 추락 당시를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민 A(71)씨는 "집에 있다가 아무런 전조없이 큰 소리가 여러번 나길래 우선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다행히 민가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자칫 더 큰 사고로 번질 뻔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68)씨는 "처음에는 어디 행사 폭죽이 터지나 했더니 이후에는 가스 터지는 것처럼 ‘쾅쾅’하는 소리가 1분 정도 계속됐다"며 "굉음 이후 전투기 한 대가 하늘 위를 계속 돌고 있었는데, 오전에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뉴스를 본 이후여서 전쟁이라도 난 줄 알고 겁이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공군은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행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해 정확한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추락한 F-5 전투기는 20~30년 이상된 대표적인 노후 기종이다.
현재 공군이 운용 중인 전투기의 정년은 통상 30년 정도로, F-5 전투기는 대부분 정년을 넘겼거나 정년에 가까운 기종이어서 사고가 빈번한 편이다.
실제 지난 2000년 1월 강원 강릉시 동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공군 F-5E 1대가 바다로 추락해 조종사 1명 순직한 이후 2013년 9월 충북 증평군 도안면에 F-5E 1대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비상탈출할 때까지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만 12대의 같은 기종 전투기가 추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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