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세단이 발족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은 혐오와 차별 속에서 일상을 사는 시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서 되레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현 대선 정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도 야당도 대선을 핑계로 소위 논란이 되는 법안에 침묵하며 자신들의 대선 승리에만 골몰한다"면서 "대선 후보들이 매일 같이 살피겠다 약속하는 시민들의 생계와 노동은 차별의 문제와 떼어놓고 논할 수 없는 주제"라며 유세단 발족 취지를 밝혔다.
차별금지법은 지난해 6월 국회동의청원에 10만 동의를 얻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심의기한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21대 국회가 문을 닫는 2024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차제연은 지난해 11월 8일부터 이날까지 64일간 국회 정문 앞에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24시간 농성을 이어왔다. 차제연은 부산을 시작으로 한 500km 도보 행진, 1인시위 및 기자회견, 국회 포위 깃발 액션, 집중 농성 및 온라인 릴레이 농성, 송년문화제 등 첫 심의기한 마감인 9월부터 매일 제정을 촉구해 왔다.
차제연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큰 해"라면서 "지난해 연내 제정을 목표로 싸우면서, 대다수 시민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여론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는 헌법의 원칙을 세우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며 논의조차 하지 않는 국회와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과 정책"을 지적하며 "인권의 원칙도 평등의 약속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치인에게서 내일을 열어 줄 공약과 비전이 나올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대선 후보가, 국회가 외면한다고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한국사회의 주요 현안임을 직시하고 정치인, 정당, 대통령 후보자로서 책임 있게 제정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은 일자리를 얻고 식당에 가고, 아프면 치료받고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는 등 소수자도 기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인권기본법"이라면서 "대선 후보들은 일부 보수화된 남성 청년 일부를 대변한다면서 차별, 폭력, 평등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도 "고용과 노동의 차별을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여기게 자기검열로 더 많은 자기계발에 쫓기고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는 것이 노동자의 현실"이라면서 "입직부터 퇴직까지 차별 속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입사이후로도 관행으로 이뤄지는 성차별과 성폭력의 위험을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페미니즘 정서에 가려지는 건 여성들의 삶만이 아니라 모든 소수자의 삶"이라고 했다.
유세단은 오는 11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수도권을 순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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