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이란 외교차관과 회담을 갖고 한국 내 묶여 있는 이란의 동결 자금 이전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7일 외교부는 비엔나를 방문해 이란핵합의 당사국들과 면담을 진행 중인 최종건 1차관이 6일(현지 시각) 알리 바게리 카니(Ali Bagheri Kani) 이란 외교 차관과 회담을 가졌다며 "바게리 차관 취임 후 가진 양국 차관 간 첫 만남에서 양측은 동결자금 문제를 포함한 한-이란 관계 전반에 대해 솔직하고도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최 차관은 이란핵합의 재개를 위한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기를 기원했고, 양측은 동결자금의 해제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공감했다"며 "양측은 동결자금 이전과 관련한 실무적 현안 논의를 위해 양국 전문가들 간 실무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최 차관이 금번 면담을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모멘텀으로 삼아가자고 한 데 대해, 바게리 차관은 동결자금 문제 협의를 위해 최 차관의 비엔나 방문이 양국 관계 발전에 좋은 신호로 보인다고 하면서 앞으로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해 가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란 국영 통신인 <IRNA>는 바게리 차관이 최 차관에게 "한국이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로 동결 자금 해제를 거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한국 정부는 이 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요구하고 있는 동결 해제 자금은 한국 국적의 은행 2곳에 묶여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의미한다. 이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이란 사이 물품 거래를 위해 미국이 예외적으로 용인해준 거래 계좌다.
그런데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은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하고 대 이란 제재를 복원,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렸고 이에 해당 계좌의 거래가 중단됐다.
그러던 중 이란 측은 지난해 핵 합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동결 해제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했다. 이후 그해 4월 합의 복원을 위한 협의가 시작되면서 동결 해제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그동안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던 미국과 이란이 이번 비엔나에서의 협의를 통해 일정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동결 자금 문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은 제재를 철회시키고 활로를 뚫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핵합의를 관철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에 묶여 있는 동결자금을 해제시키는 것 역시 이란에게는 핵심적 이익 사안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지난해 1월 4일(현지 시각) 이란은 환경 오염을 빌미로 한국 국적의 선박을 억류하면서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한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을 이란에 급파하는 등 선박 및 선원들의 억류 해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고, 이에 이란 측은 2월 2일(현지 시각) 선박과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의 억류를 우선 해제했으며 이후 자금 해제와 관련한 추가적 협의를 진행해왔다.
한편 이란 핵 합의는 지난 2015년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영국 그리고 독일이 참여한 다자합의로,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신 이란에 가해졌던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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