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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뚫고 15년간 '필명'으로 전 세계에 한국 알린 지명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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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뚫고 15년간 '필명'으로 전 세계에 한국 알린 지명관 교수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 별세...'한국으로부터의 통신' 필자

일본의 시사지 <세카이(世界)>에 가명으로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연재해 한국의 군사독재와 민주화투쟁을 전세계에 알렸던 지명관 전 한림대학교 석좌교수가 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8세.

지 전 교수는 1924년 평북 정주 출생으로 김일성 대학 제1회로 입학생이었다. 1947년 월남 후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종교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사상계>의 주간으로 활동하며 반독재민주화운동을 펼치다 1972년 일본으로 건너가 20여 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일본 도쿄여자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했고, 1993년 귀국해 한림대학교 석좌교수와 일본학연구소 소장,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1973년 <세카이> 지에 'TK生' 이라는 필명의 저널리스트가 등장한다.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연재된 이 글들은 검열과 탄압이 일상화된 한국의 언론 환경을 뚫고 군사독재 문제와 민주화운동을 전세계에 알렸다. 

1988년까지 15년간 제1신(73년 5월)에서 176신(88년 3월)까지 연재된 통신의 필자는 베일에 가려 있었고, 한국의 정보 당국에서도 추적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은 당시 풍부한 자료 인용과 상당한 정보력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이때문에 '필자가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 자체로 한국 민주화운동의 훌륭한 사료이자, 저널리즘이었다. 

필자의 정체는 2003년 지명관 교수로 밝혀지면서 한일 양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 전 교수는 2003년 <세카이> 오카모토 아츠시 편집장과 지면 대담을 통해 자신이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필자였음을 처음으로 밝혔다. 

지 전 교수에 따르면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 많은 외국인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수집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한국 교회, 노동조합 등에서 나온 선언문, 투쟁속보, 성명서, 전단, 노래, 문학작품 등도 풍부하게 인용됐다. 덕분에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 3.1민주구국선언, 80년 광주민주화항쟁 등 굵직한 사건들이 <세카이> 지면을 타고 생생하게 전 세계로 알려졌다.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은 당시 주한 외국 대사관에서도 주재국 한국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당국의 감시를 피해 열독하던 자료였다고 한다.

저서로는 <아시아 종교와 복음의 논리>(1970), <한국 현대사와 교회사>(1975), <한국 문화사>(1988), <한국과 한국인>(2004), <한일 관계사>(2004), <경계를 넘는 여행자>(2006), <한국으로부터의 통신>(2008), <나의 정치 일기>가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정숙 씨, 자녀 지형인(게이오대 교수)·지효인(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임원)·지영인(미네소타대 교수)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도 이천 에덴공원묘이다.

▲<세카이> 책을 들고 있는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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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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