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감기에 걸리더라도 절대 성질이 찬 약을 쓰거나 땀을 많이 내거나 토하거나 대변으로 열을 빼는 것과 같은 공격적인 치료를 하면 안 되고, 마땅히 성질이 완만한 약으로 조절하고 치료해야 한다.
年老之人 雖有外感 切忌若寒藥及大汗吐下 宜以平和之藥調治." - 동의보감 내경편 권1 신형身形 중에서 -
"할머니가 혼자 지내시는데, 요즘 입맛도 통 없고 힘 드시다 해서 걱정이에요."
"혼자 사시는 분들이 본인 먹자고 음식 만드는 것이 귀찮아 들 하세요. 그러다 보니 식사가 부실해서 몸이 약해져요. 코로나 사태 이후로 친구들도 잘 못 만나고, 운동도 못 하게 되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맞아요. 요즘에는 감기 기운이 한 달이 넘게 있는데, 코로나 검사를 해도 문제는 없고, 병원약을 먹어도 낫질 않는다고 하세요."
"회복할 힘이 있을 때는 증상만 없애면 잘 낫는데, 할머니처럼 힘이 떨어졌을 때는 그걸 보충해줘야 잘 회복하세요. 이따 할머니 댁 갈 때 평소 좋아하는 음식 사다 드리세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발생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노년층의 건강 악화다. 뉴스에서는 노인의 약한 면역력을 우려하고 요양병원 같은 시설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위중증 환자로 전이되는 사태만을 다룬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먼저 신체 활동량의 감소로 인한 문제다. 운동시설은 물론이고 경로당과 같이 노년층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문을 닫으면서, 활동이 줄었다. 수십 년 간 해오던 운동을 못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들을 본다. 기존에 앓고 있던 병으로 인한 증상들이 악화되고, 각종 퇴행성 변화들이 빠르게 진행된다.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에, 움직임의 감소는 곧 생체기능의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몸의 움직임이 준 것 만큼이나 감정의 교류도 감소했다. 친구들을 만나서 사는 이야기도 하고 자식들과 손주들도 보면서 살아있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줄어들었다. 전화를 자주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영상으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나면 왠지 헛헛하다. 코로나 사태가 메타버스와 가상현실 세계를 앞당긴다고들 하지만, 사람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는 만남은 손을 잡고 몸과 마음의 온도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 사람과의 만남이 줄면서 어르신들, 특히 혼자 생활하는 분들 마음의 온도는 급속히 식는 것 같다. 인생의 겨울을 맞이한 사람들의 쓸쓸해진 마음에 내일을 살 의욕이 생기기는 쉽지 않다.
몸의 활력이 줄고 마음의 동력을 잃으면 일상의 리듬이 깨지게 된다. 식사는 불규칙하고 부실해지기 쉽고 좋은 잠을 자기도 힘들어진다. 영양의 섭취와 휴식과 에너지의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약화된 면역기능들이 더 떨어지게 된다. 위의 할머니처럼 염증이 만성화되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 별것 아닌 문제가 잘 낫지 않고 장기화 되면서 몸을 갉아먹는 상태에 빠진다.
이럴 때는 동의보감에서 말한 것처럼 급성증상에 쓰는 치료법보다는 몸의 회복력을 북돋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 소화흡수하는 것, 잘 자는 것, 그리고 적당히 움직이는 것이다. 할머니의 쇠약함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살펴서 그것을 해결해 줘야 한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접하는 현실은 물위에 떠오른 빙산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것도 뉴스를 다루는 사람들에 의해 한번 각색된 것을 우리는 만난다. 그곳에는 더 크고 중요한 현실의 모습은 없기가 쉽다.
코로나19란 나비의 날갯짓이 가져올 폭풍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드러난 사태의 해결과 함께 이에 대한 대비도 시작해야 한다.
그녀들을 위한 레시피 : 흑임자타락죽
어느 사이 나는 할머니라고 부르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는 나이가 되었다. 다시 한 살을 더 먹을 시기에 맞춰 ‘할머니 힘내세요’라는 원고를 받았고 그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윗대의 수많은 할머니들이 떠올랐다. 그 많은 할머니들 중 아주 선명하게 내 눈앞에 나타난 할머니는 나의 어머니, 바로 딸아이의 할머니였다. 더불어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신 나의 외할머니도 떠올랐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했던 외할머니는 88세에 이 세상과 이별을 하셨다. 슬픔과 후회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내게 누군가들은 장수를 하셨다고 했고 누군가들은 호상이라며 나를 위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슬픔은 희미해졌고 아주 가끔 외할머니의 음식을 기억하고 그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지내는 정도로만 외할머니를 추억해왔다. 외할머니가 내게 남기신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은 검은깨우유죽이다. 결혼하고 얼마 후 우리 집에 오신 외할머니의 가방 속에서 검은깨가루와 멥쌀가루가 나왔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물 1컵에 우유 1컵, 그리고 쌀가루 1숟가락, 검은깨가루 1숟가락을 잘 타서 죽을 쑤어 먹으라고 당부를 하셨다. 아침밥 대신 먹어도 좋고 간식으로도 좋다고 하시면서.
며칠 지나면 해가 바뀌어 2022년이 되고 외할머니의 딸인 친정어머니의 나이가 88세가 된다. 87세의 나의 어머니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2년이나 견디며 3번의 백신 접종을 하셨고 최근엔 감기몸살로 열흘이나 앓고 일어나셨다. 그러니 새해를 맞는 나의 계획이나 포부보다는 88세가 되시는 어머니 건강 걱정이 앞선다. 어머니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챙겨드릴 음식이 없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떠오른 것이 외할머니가 내게 남겨주신 레시피, 검은깨우유죽이다. 외할머니는 손녀딸인 나를 통해 당신의 딸에게 건강한 음식 하나를 선물하고 가셨다.
만들기 쉽고 소화흡수도 잘 되니 힘을 내야 하는 많은 할머니들에게도 선물 같은 음식이 바로 흑임자타락죽이다.
<재료>
찹쌀가루(쌀가루) 1T, 흑임자가루 1T, 우유 200ml, 물 200ml,
소금 약간 (혹은 꿀), 잣 1작은술
<만드는 법>
1. 우유와 물을 혼합한다.
2. 1의 재료에 흑임자가루와 찹쌀가루를 잘 푼다.
3. 불에 올려 잘 저으면서 끓인다.
4. 큰 거품을 내고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간을 한다. 5. 그릇에 담아 잣과 깨소금으로 장식을 해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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