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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풍년유감'…"정부, 법에 따라 즉각 시장격리 조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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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풍년유감'…"정부, 법에 따라 즉각 시장격리 조치해야"

김영운 파주농협 RPC 대표 "농가 심각한 위기…관련법 있는데도 대책 뒷짐"

최근 정부를 향한 농민들의 불만이 거세다.

올해 유례없는 풍년으로 쌀 생산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수급 조절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 정부가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민들은 ‘양곡관리법’을 근거로 과잉공급 물량의 시장격리(매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농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농민들의 불만과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 13일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 전국협의회도 청와대 앞에서 ‘농협 조합장 총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즉각적인 조치를 요청했다. 보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정부는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은 김영운 파주시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 대표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올해 쌀 생산량 전년 대비 10.7% 증가… 정부는 뒷짐

"농가가 무너지면, 결국 국가 경제가 무너집니다."

김영운 파주시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 대표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말이다.

벼를 수매해 건조와 저장 및 가공작업 등의 과정은 물론, 판매까지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시설인 ‘미곡종합처리장(RPC·Rice Processing Complex)’은 농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특성을 지닌 파주RPC를 운영하면서 겪어온 일들과 현 상황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김영운 파주시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 대표. ⓒ프레시안(전승표)

그는 "올해 전국에서 생산된 쌀의 양은 지난해보다 30만t 이상 늘었다고 한다"며 "이것도 농협에서 농민들에게 수매한 양으로, 아직 팔지 못한 농가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은 양의 쌀이 남아도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나마 현 정부 들어 쌀값이 안정화됐는데, 쌀의 생산량이 늘면서 농가의 소득불안이 현실화될 위기"라며 "이 때문에 농민들이 정부의 조속한 시장격리 결정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2000t으로, 지난해 350만7000t보다 10.7% 수준인 37만5000여t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수요량인 358만t과 비교할 때 30만2000t(8.4%)이나 많은 양이다.

김 대표는 "당장 파주RPC만 해도 지난해 1만7254t 보다 1만여t 많은 2만7500여t을 수매하며 60% 이상 매입률이 올랐는데, 아직도 경기북부지역에는 팔지 못하고 있는 쌀이 1000t 이상 된다"며 "그럼에도 이미 창고가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 쌀을 매입할 여건이 안된다"고 말했다.

또 "전국적으로도 지난해보다 32% 이상 많이 매입했음에도 불구, 더 이상 매입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며 "문제는 쌀의 수요가 많아야 바로바로 가공하고 추가로 쌀을 매입할텐데 현재는 판매도 부진해 RPC는 물론, 결국 쌀을 생산했음에도 쌓아두고만 있는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파주시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이 올해 농가에서 수매한 쌀(파란색 천막이 가공시설 앞에 가득하다. ⓒ프레시안(전승표)

실제 파주RPC는 창고에 저장할 공간이 가득차면서 앞 마당에 각 농가에서 매입한 쌀을 높게 쌓아 놓은 모습이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며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쌀 변동직불제’가 폐지되고 ‘공익직불제’가 도입되면서 쌀 농가 소득 안전판 마련을 위해 ‘양곡관리법’과 ‘양곡수급안정대책 수립·시행 등에 관한 규정’ 등이 개정됐다"며 "여기에는 신곡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이 수요량의 3%(올해 11만6000t)를 초과할 경우에는 과잉생산물량의 시장격리가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정된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는 첫 해이자, 법에서 정한 기준을 이미 크게 넘어서는 등 이미 시장격리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정부는 ‘현재의 쌀값이 높은 수준이어서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특히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소비자물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 중"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 쌀 가격이 시장물가의 바로미터?

김영운 대표는 "쌀 가격의 인상을 막아야 소비자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는 잘못"이라며 "실제 계산해 보면 식탁 위 식재료 가운데 가장 단가가 싼 것이 쌀로, 밥 한 공기당 단가가 2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하다 못해 콩나물도 1000∼2000원씩 판매되는데, 200원으로 살 수 있는 식재료가 무엇이 있느냐"며 "지난 수년간 다른 식재료는 보통 30∼40%씩 가격이 오르는 동안 유독 쌀 가격만 하향곡선을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갈수록 생산비용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쌀 가격만 변동이 없다"며 "도대체 쌀 가격이 왜 비싸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물가가 안정된다는 말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즉각적인 시장격리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설치된 파주시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 ⓒ프레시안(전승표)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그저 지금의 선을 유지해달라는 것으로, 쌀 가격을 인상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쌀 가격이 10% 올라간다고 해도 밥 한 공기의 단가가 220원 밖에 더하냐. 더욱이 쌀 가격을 지금보다 10% 내린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쌀은 사람이 먹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니 어느 정도 가격을 변동 없이 유지하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물가 안정을 이유로 농촌과 농민이 동참해달라는 것인데, 반대로 얘기하면 농민이 희생해서 도시민들이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이러다가는 우리나라에서 농민과 농가가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이미 현재도 미국 등 외국산 쌀이 우리 쌀과 가격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만약 국내에서 더 이상 쌀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입쌀의 가격이 폭등할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으로, 결국 농가의 몰락은 우리 경제의 몰락과 직결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13일 농협미곡종합처리장 전국협의회가 청와대 앞에서 ‘농협 조합장 총 궐기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이윤택)

또 "이미 파주와 연천은 물론, 쌀로 유명한 여주·이천이나 안성 등 경기도내 논이 상당수 사라졌다"며 "지속적으로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도 없다 보니 발생하고 있는 현상인데,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밥인 만큼, 논리적·경제적으로 계산한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로 쌀 가격을 바라보는 것 같은데 쌀 가격은 시장물가의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지금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 국민 혼란 부추기는 정부

김 대표는 정부가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산지가격 발표의 단위가 현실과 맞지 않는 단위를 사용하면서 쌀 가격의 수준이 높아보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정부는 쌀의 산지가격을 발표할 때 80㎏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며 "최근에는 쌀 소비량도 감소하고, 1인 가구도 증가하면서 1㎏ 단위로 포장된 쌀도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 당 100원이 올랐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는 10㎏짜리 쌀을 구입할 때는 이전보다 1000원이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20㎏일 때는 2000원, 80㎏은 8000원이 올라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고 착각할 수 밖에 없는데도 정부는 일제강점기 때 도입한 기준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다"며 "4인 가구 기준으로 2달에 10㎏ 가량의 쌀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만큼, 발표 기준도 이에 맞추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운 파주시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 대표. ⓒ프레시안(전승표)

그는 "이미 이 얘기를 수 차례에 걸쳐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는 어떠한 입장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시키지 말고 직관적으로 쌀 가격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정말로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고 싶다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들 중 가장 비싼 재료의 가격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며 "식탁 위 모든 음식 중 2% 미만에 불과한 쌀의 가격을 관리하는 것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도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속아 쌀이 다른 식재료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을(바꿔) 다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과연 우리가 먹는 쌀이 안정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생산이 되는지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그는 "당장 파주RPC만 해도 정부에서 158억 원을 투입해 만든 시설로, 여러 단계에 걸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조그마한 티클 하나 들어가지 않도록 생산되고 있는 등 안정적으로 좋은 쌀을 공급하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이 마음 놓고 맛있게 드셔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 파주시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은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해 고객 감동을 추구하자’를 모토로 운영 중인 파주시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은 2011년 경기 파주지역 9개 지역농협(신교하, 광탄, 금촌, 북파주, 월롱, 조리, 천현, 탄현, 파주)이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이는 협동조합 간의 협동의 원칙에 따라 출자농협간 양곡사업의 공동수행을 통해 RPC 운영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경영안전성 재고 및 양곡사업의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자금과 인력 및 시설의 통합운영을 통해 참여 농협의 발전과 농업인의 실익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준공된 가공시설은 파주시 탄현면 검산로 일대 2만2448㎡(6790평 규모) 부지에 건축면적 6020㎡(1821평) 규모로, 생산시설과 건조 및 저온저장시설 등을 갖췄다.

2016년 2만9295t의 쌀을 수매한데 이어 2017년 2만4450t, 2018년 2만5435t, 2019년 2만1590t 및 지난해 1만7254t을 수매한 파주시 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법인은 △브랜드 육성사업(가공시설 현대화) 시행을 통한 고품질 생산기반 구축 △계약재배 및 수매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원료 확보 △시장개척 및 판매확충으로 사업역량 강화 △혁신경영으로 통합법인 경영 안정화 추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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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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