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10명 중 9명 가까이가 퇴근 후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도내에 거주하는 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지켜져야 할 소중한 권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응답자들은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얼마나 받느냐'는 물음에 △매일 2.8% △일주일에 두 번 이상 9.2% △일주일에 한 번 22.2% △한 달에 한 번 37.0% △1년에 한 번 16.6% △받은 적 없음 12.2%로 답했다.
설문 참여 노동자의 87.8%가 퇴근 후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34.2%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퇴근 후 업무지시에 시달린 셈이다.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받는 매체(중복응답)은 △카카오톡 등 개인 메신저 73.6% △전화 69.2% △문자 60.0% △전자우편 38.6% △사내 메신저 35.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매체별 사생활 침해 인식 정도를 보면 전화가 88.8%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으며, 개인 메신저도 82.6%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업무지시를 받았을 때 급한 업무의 경우 응답자 90.0%가 다음날 출근 이전까지 처리했으며, 급하지 않은 업무일 경우에도 응답자 40.6%가 업무처리를 수행했다고 답했다.
상급자의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이유에 대해 응답자 70.0%는 '외부기관과 상사 등의 갑작스러운 업무처리 요청'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20.1%는 '생각난 김에 지시', 5.1%는 '시간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4.2%는 '상대방이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해서' 등으로 집계됐다.
연구원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점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근무시간 외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로, 2017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필리핀, 포르투갈 등에서 노동법에 해당 권리를 명시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명시 등 조례 사례만 있을 뿐 관련 법률 규정은 없는 상태다.
연구원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단계적 접근방안으로 △메신저보다 업무지시 때 전자우편을 활용하는 문화 확산 △기업 실정에 맞춘 자율적 노사 협정을 체결하되 위반 시 인사조치를 비롯한 실질적 지침 △초과 노동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지급 △노동법 내 법제화 등을 제시했다.
최훈 경기연 연구위원은 “2030세대에게 SNS는 가상의 공간이라기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매우 사적인 영역이므로 업무와 관련한 연락은 전자우편과 사내 메신저를 활용하는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며 “단계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노동법에 명시해 일·가정 양립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업무 관행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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