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일탈 행위를 알렸음에도 나몰라라 하는 학교, 정상인가요?"
최근 경기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주변에서 잦은 일탈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학교 측이 학생생활지도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정오께 A씨는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 부설주차장에서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인근에 위치한 B고등학교 학생 6명이 주차장으로 들어오면서 서로 담배를 나눠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각자 교복과 일상복을 입은 상태였던 해당 학생들은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흡연을 하면서 서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
평소에도 종종 B고교 학생들이 1∼2명 또는 2∼3명씩 모여 흡연하는 장면을 목격했던 A씨는 학생들이 무리지어 흡연하는 모습에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B고교 측에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학교 측과 전화 통화를 하는 중에도 같은 학교 학생 4명이 앞서 온 학생들과 합류해 흡연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이 흡연을 모두 마치고 돌아가기까지 10여 분이 지났지만, 교사 등 학교 측 관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려던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대로 지켜보는 사이 또 다른 학생 10명이 주차장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재차 학교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전한 A씨는 "즉시 선생님이 현장에 나가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이번에도 흡연하던 학생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낮 12시 1분쯤 처음 학교에 전화한 뒤 점심식사도 포기한 채 1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상황을 지켜봤지만, 학교에서는 끝내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라며 "공교육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고 있지만, 학교가 이 같은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A씨가 <프레시안>에 제공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 속에는 B고교 학생들의 흡연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B고교는 학생들이 흡연을 한 주차장과 직선거리로 불과 27m 거리, 폭 16m의 왕복 4차로 도로 건너에 위치해 있어 민원인의 신고는 물론, 재학생의 생활지도에 소홀하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처지다.
특히 해당 고교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수원시에 요청해 2018년 8월 학교 일대의 ‘청소년 참여형 금연거리’ 지정을 이끌어낸 곳이다.
A씨는 "아무리 학교에서 금연교육을 실시하고, 학생지도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학생들을 모두 관리하기 어려운 사정은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자신들의 학생들이 바로 학교 앞에서 일탈 행위를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도 없는 학교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B고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일탈 행위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면 당연히 현장에 나가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문제"라며 "제보 전화를 받은 교직원과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는 학생생활인권부 간에 전달이 제대로 안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또 오늘이 2차 지필평가 마지막 날이다 보니, 학생들이 일찍 하교하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앞으로 학교 주변에 대한 순찰을 비롯해 금연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