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적 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 직면하고 있지만, 스스로 생존을 모색하는 이른바 '자력갱생' 노선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표를 맡은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국제사회(와 교류)에 대한 입장을 전환할 동력이 되려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수준의 경제 상황까지 가야하는데, 지금 북한의 경제 기반이 이전과 달라서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발표자로 참석한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코로나19 이후의 북한무역 규모가 1990년대보다 적지만, 1990년대 경제 위기를 불러온 주요한 요인은 수입 원자재 공급이 감소했다는 것이었다"라며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는 다르다"고 규정했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1990년대 중반 경제 위기 당시에는 원유나 비료 공급이 1990년대 초에 비해서 굉장히 많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전반의 가동률이 떨어졌고 농업 생산물에 영향을 줬지만, 지금은 수입이 감소했음에도 원유는 계속 공급되고 있고 비료 생산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올해 원유 등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 전반이 무너질 정도의 충격은 아닌 것 같다"며 "물론 전반적인 원자재 공급 감소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산업이 마비되는 정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했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택한 이유가 국제적 제재와 코로나19 확산 등 외부적인 상황에 기인한 만큼, 이같은 정책이 변화되려면 외적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은주 연구위원은 "북한이 적어도 단시간에 대외적 방식과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북한에서의 자력갱생은 제재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어서, 외부 조건 변화가 수반될 때 자력갱생의 의미를 변화 시키면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영 연구위원 역시 "국제적 제재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외부경제에 의존하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최근에 수입 의존도를 최대한 낮출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완화 또는 종식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 현재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김정은 정권 이전부터 정치적 구호로 '자력갱생'을 강조해왔던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이를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최은주 연구위원은 "자력갱생이라는 노선 자체는 북한이 유지해왔던 것들인데, 김정은은 집권 이후 자신의 조치가 선대 때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변화된 환경에 맞게 적용하겠다는 점을 강조한다"라며 "자력갱생 기조 자체가 사라진다기보다는 의미가 변주되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최지영 연구위원 역시 "북한은 지금까지 '자력갱생'이라는 기조를 바꾼 적은 없다. 비교우위가 없더라도 중화학 공업을 계속 유지해왔다"며 자력갱생 노선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은주 연구위원은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는 현 상황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 방식, 즉 '그럭저럭 버티기'수준으로 경제를 유지하려고 했다"며 "문제는 제재 하에서 북한의 경제 활동 폭이 넓어지기 어렵고, 결국 제재 문제를 일정하게 풀어가야 하는 이유로 작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대화에 나설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최지영 연구위원은 "지금 북한에서는 자력 갱생을 강조하는 것 이외 뚜렷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화부족 심화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필수 수입품 위주로 철저하게 통제된 방식의 무역재개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정치적 여건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최대한 보수적인 방향에서 경제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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