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운영하던 특정 병동을 폐쇄하고, 해당 인력을 코로나19 전담 병동으로 강제 투입하는 과정에서 비품·물품 리스트 작성 및 관리 업무를 새롭게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간호인력의 기존 업무인 내원 환자 관리는 물론,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응할 때마다 레벨D 보호구를 탈착하는 과정에서 큰 번거로움이 발생하는 것도 스트레스의 또 다른 이유다.
연말을 맞아 A씨 역시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코로나19 확진자를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근무 환경 특성상 자칫 많은 지인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다는 '직업적 걱정거리'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꺼리게 한다.
A씨는 "코로나19 전담 병동 신설 결정이 쉽지 않은 결정인 줄은 알지만, 이 보다 더 큰 걱정은 업무 과중으로 인해 위중증 환자들을 제대로 관리 못하는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라며 "현재 인력으로도 내원 환자를 대응하기 어려운데, 만약 여기서 더 환자가 늘어난다면 더욱 혹독한 사태가 벌어질 게 불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병원이 지역 거점 전담병원으로 운영되면서 업무가 늘어났지만, 기존 1년에 50여 명에 불과하던 입·퇴사 인원이 오로지 코로나19 병동에서만 100여 번의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 레벨D 보호구 착용 경험이 없는 신입 간호사들의 교육에 대한 부담은 물론, 현재 인력만으로 병원을 운영하면서 끼니조차 떼울 시간 없이 코로나19 환자들을 맞닥뜨리고 있어 피로가 극에 달해 있다는 호소다.
B씨는 "매일 업무용으로만 500번 가량의 메신저를 받으면서 쉴 틈조차 없지만, 일부 격리 조치된 환자들이 모든 분노를 근무자들에게 쏟아내는 경우도 허다해 마음의 상처마저 심각하다"며 "그럼에도, 저희는 전시 상황과도 같은 병원 근무를 이어가면서 코로나19 환자와 가족들을 지켜보는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파견간호사 중심의 인력대책 대신,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다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본적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또 변이 바이러스 등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병원 내 간호사들은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44만7230명이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18일까지 56만5098명을 기록하며 단기간 동안 26.3% 늘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 내 확진자 수 역시 13만5053명에서 16만7580명으로 24% 가량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와중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더 빠른 것으로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을 비롯해 추운 겨울을 맞아 독감까지 동시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간호사들의 무거운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더욱이 신입 간호사들의 경우 방역은 물론 병원 근무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이 필수적임에도 불구, 열악한 근무 환경을 이겨내지 못한 채 간호인력의 퇴사·입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최근 수차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사의 업무범위·처우개선 등 간호정책을 종합적으로 담은 간호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의료진들의 업무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을 감안해 가능한 범위에서 직원들의 복지 및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기업이나 시민들은 고생하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물품이나 간식 등 소소한 지원을 하기도 한다.
일례로 지역 거점전담병원인 오산 한국병원의 경우 지난 7월 LG로부터 스타일러를 기증받았으며, 관내 학생들이 음악회를 개최한 뒤 모은 성금으로 구매한 직원 전용 마사지 기계를 기부받기도 했다. 또 인근 상가들은 밤늦게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수제 토스트 등 간편 음식을 전달하면서 의료진을 격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오산 한국병원 김병규 행정원장은 "단기간에 종료될 줄 알았던 재난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지칠대로 지친 의료진들에게 격려와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상황 악화로 밀려드는 검사자와 환자를 위해 최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의료진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며 "이 시간에도 밤·낮으로 최신선에서 책임을 다하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하나돼 지혜롭게 상황을 극복해 빠른 일상회복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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