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광주시 원당리에서 발굴된 태실 등 도내 조선 왕실의 태봉(胎峰)·태실(胎室) 65곳이 실존했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연구원은 2019년부터 3년간 조선 왕실의 태봉(胎峰)과 태실(胎室)에 대한 문헌 분석, 현장 확인 등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도내에 태봉·태실 65개소가 실존했음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도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경기도 태봉·태실 보고서'를 발간했다. 태봉·태실 자료를 정리해 목록화한 것은 이 보고서가 최초다.
태실은 왕실에서 자손을 출산한 뒤 길지를 선정해 그 태(태반과 탯줄)을 봉안하는 공간을 말하며, 비석을 세우기도 한다. 태봉은 태를 봉인한 산봉우리로, 이번 보고서에는 태실과 태봉을 구분해 정리했다.
태(胎)를 봉안하는 안태(安胎) 문화는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며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다수가 사라졌다. 더구나 다수 태봉(태실)의 실제 존재가 파악되지 않아 관련 책자마다 태봉·태실의 수가 다르기도 했다.
도는 2019년부터 경기문화재연구원과 실태조사를 벌여 도내 19개 시·군에서 태봉 30개소와 태실 35개소를 찾았다. 안산시 고잔동에 숙종왕녀의 태실, 양주시 덕정동의 태봉 등 도내 곳곳의 태봉·태실을 확인했다.
보고서에는 태봉·태실 65개소에 대한 문헌 자료, 전문가 소장 자료, 조사원들이 직접 수집한 태봉·태실 사진 등이 수록돼 있다.
구체적으로 △제1장 태실·태봉 조사의 배경과 과정 △제2장 신라시대와 고려·조선시대의 태실 조성 현황과 특징, 입지 특성, 아기태실과 가봉태실(아기 태실의 주인이 왕위에 오른 후 추가로 석물을 올려 치장)의 석구조물과 출토유물에 대한 분석 자료 △제3장 19개 시·군에서 확인된 태봉·태실의 조사 결과(도 최초 발굴 사례인 광주 원당리 태실 내용 포함) 등이다.
또한 태실 보존을 위해 힘써 온 도민들의 노력과 관련 자료도 보고서에 담았다.
양평 대흥리 태실이 도굴당한 1972년 3월 2일 당시 태지석(태의 주인공 이름과 출생일을 기록한 돌) 명문을 옮겨 적은 이희원(83·양평 백안리)씨의 일기장은 대흥리 태실이 조선 성종의 왕자 부수(富壽)의 태실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이응수(67·포천 양문리)씨는 훼손된 포천 성동리 익종 태실과 포천 금주리 태실의 실물 보존을 위해 노력했다.
도와 경기문화재연구원은 태실 유적에 대한 보존대책을 세워 안내판과 울타리를 설치하는 한편, 지속적인 발굴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희완 도 문화유산과장은 “이번 조사보고서 발간은 3년간의 노력이 이뤄낸 성과물로, 그동안 태봉·태실을 지켜온 도민들의 숨은 노력도 발굴한 의미를 담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세미나와 프로그램을 통해 태봉·태실의 가치를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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