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숙원이었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전면 적용 개정안의 연내 입법이 사실상 무산되는 모양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의 관련 입법 논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이 '실태조사, 사회적 합의 등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김병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에서 이뤄진 윤 후보와 한국노총 간 정책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5인 미만 근기법 전면 적용에 대해서도 일부 논의했다"며 "대원칙에 찬성할 수 있지만 실태를 파악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게 중요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기법 중 임금, 노동시간, 가산수당, 휴일, 휴가, 부당해고, 직장내괴롭힘 등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 연내 입법 논의는 지난달 24일 국회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이자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장인 임이자 의원이 한국노총이 연 토론회에서 "5인 미만 근기법 적용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한 뒤 불이 붙었다.
하지만 윤 후보가 지난달 29일 5인 미만 근기법 사업장 전면 적용에 대해 "사업자의 투자 의욕이나 현실을 반영 못 했을 때는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비교 형량해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부정적 의사를 피력한 데 이어 이날 다시 한 번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해 연내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환노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법안을 환노위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법안 심사에 최장 330일이 소요되는 패스스트랙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환노위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앞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과 만나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반대해 연내입법이 안 될 경우 패스스트랙 법안으로 상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환노위에서는 오는 16일 5인 미만 근기법 전면 적용에 대한 논의가 예정돼 있다.
한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을 조직해온 노동조합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 연내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하던 중 참가자들이 정책간담회를 위해 한국노총 건물로 들어가는 윤 후보에게 직접 입법촉구서를 건네는 일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근기법은 평등하게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며 "금년 안에 근기법 개정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결되도록 결단하라"고 했다. 윤 후보는 별다른 답 없이 입법촉구서를 받아든 뒤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윤 후보의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비판하고 근기법 차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피부관리점에서 일했던 김유아 씨는 "윤 후보가 말한 불이익이 어떤 불이익인지 묻고 싶다"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듣고 카카오톡으로 해고당해도 어디가서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윤 후보는 근로자에게 있어 최악의 후보라고 말하고 싶다"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지금 당하고 있는 불이익은 당해도 되는 것인지 대선 후보로써 책임있는 답변 부탁한다"고 밝혔다.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강소연 씨는 "잘못 없이 4년 동안 부당 해고를 3번이나 당했고 또 4번째 해고를 당할 처지에 있다"며 "복직 후 2차 가해가 없도록 합의서를 썼지만 그딴거 소용없다며 소장에게 폭언과 멸시, 협박 등 괴롭힘을 당했고 업무패싱으로 투명인간이 됐다"고 했다.
강 씨는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살고 싶다"며 윤 후보를 향해 "약자를 위해 마음 쓰는 대통령이 될 것임을 확인시켜달라. 5인 미만 사업장근로기준법 차별 폐지 개정안을 연내에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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