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각국에서 초청되어 온 사람들을 상대로 한 중국 정부의 프로그램은 9월 13일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실 9월 7일부터 이미 시작되긴 했지만 당시에는 격리 해제된 사람이 몇 명 없었기 때문에 워밍업 정도의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13일 이후에는 나를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격리 해제되어 13명 정도가 참가하면서 프로그램도 활력을 지니게 됐다. 미중 패권 대립 국면 속에 글로벌 사회에서 중국의 우호세력 확대를 목적으로 기안된 듯한 프로그램이 2개월 반 정도의 여정에 돌입했다.
13일의 첫 번째 컨텐츠는 중국 공산당 관련 강연이었다. 중국 공산당의 거버넌스(governance) 이념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는데, 요약하자면 중국은, "19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이래 혼란하고 정신 없었던 시대를 공산당이 중심이 되어 헤쳐 나오며 오늘날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다. 이런 정당은 세계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는 내용이었다.
첫 강연을 진행한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다양한 거버넌스 원리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들려줬다. 한편으로는 "공산당의 세뇌 교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교수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에 대해 지난 궤적을 돌아보면 과오도 적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오늘날의 중국을 건국하고 다져 오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 또한 맞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중국은 1949년 건국 이래 적지 않은 혼란과 역경을 겪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계속 발전해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0년 동안 중국이라는 배의 키를 쥐어 온 것은 공산당이었다.
물론 우리는 저들과 이념적으로 대립해 왔고 또 총부리를 겨누며 싸우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을 보는 관점이 다른 서구 사회보다도 더욱 곱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벤치마킹이 필요하다면 해야 하지 않을까?
실제 내가 하고자 한다면, 거의 모든 객체를 정면 교사로도 그리고 반면 교사로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한쪽 면만을 고집하며 비판과 지탄 등으로만 일관하는 것이, 과연 나와 우리의 발전 등을 위해 얼마나 바람직스러운 것일까?
하나 더 덧붙이자면, 중국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도 "민주"를 지향하고 있다. 한자도 "民主"로 우리와 같으며 발음 또한 "민쭈"로써 우리 말과 매우 비슷하고 그 기본 개념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첫날 강연한 중국 공산당 거버넌스 이론의 대가인 교수 또한 "중국도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 일당 독재를 하고 있는 나라가 민주라니, 이게 말이 되는건가"라며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14억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모두 바보들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을 상대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이 지나 온 역사를 보면, 왕조나 정권 붕괴의 최대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민중 봉기였다. 민중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는 해당 정권이나 왕조의 무능,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따라서 중국의 위정자들은 중국의 민초들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은 줄곧 백성을 위한 "위민(爲民) 정치", 백성을 근본으로 하는 "민본정치(以民爲本)"를 근간으로 해왔다.
현재도 이와 같은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인구를 지닌 국가다. 이로 인해, 중국 공산당 정권은 그 어느 시기보다도 더 중국 인민(민중, 국민)들을 의식한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사회가 아닌 것이다. 배가 잘 흘러가게 할 수도 있지만, 배를 언제든지 전복시킬 수도 있는 민중을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는 사람이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엄청' 많다. 이는 곧 입이 그 만큼 많다는 의미이다. 세 사람만 모여도 의견을 한 쪽으로 통일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렇게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어떻게 통치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중국인들은 역사적으로 구심력이 강하게 된 우리와는 달리 원심력이 훨씬 더 강하다. 개인주의가 그만큼 더 강하다는 뜻이다. 중국의 집권당인 중국 공산당은 이 모든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 공산당은, 중국 사회가 허용하고 또 수용하는 범위 내에서 위민정치와 민본정치, 즉 민 (民)이 주(主)가 되는 국가 운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역사 발전 과정을 달리해 온 서구의 민주 국가들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그 방법 등의 측면에서 이질적일 수 있고 비난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자들은 "중국 사회의 중국인들은 중국 공산당 비난에 여념이 없는 서구 사회와는 달리 공산당에 대한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항변하고 있다. 중국의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 우수근 교수는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및 중국 관련 인터넷 전문 매체인 <아시아팩트뉴스>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아시아팩트뉴스>에 연재됐던 '우수근의 신열하일기'를 새롭게 가감수정하여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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