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순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조병훈 시인이 ‘열린시학’ 시인선인 고요아침에서 ‘바람 한 점과 숲 땅‘ 시집을 내어 화제다.
도서출판 고요아침에서 열린시학 시인 선으로 출간한 이 시집은 깊은 심해 바다 속 같은 푸른 표지처럼 조 시인의 내재된 시안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깊고 시를 이끌어 가는 시력 또한 남다르다.
기억의 서사와 자연 묘사를 통한 탈 중심주의 시학이라는 박남희 교수의 시평처럼 일흔 길에선 시인이 풀어놓은 시 보따리엔 아버지·어머니·아내를 비롯한 가족의 이야기가 자연과 어우러진 일상이 시로 승화되어서인지 읽는 구절 마다 가슴으로 훅 파고든다.
시집을 펼쳐든 순간 질곡의 근현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눈시울이 붉어질 무덤집, 해오라기난초, 봄날 소쿠리 같은 어머니, 칠순길 자화상, 밝은 태양 너털웃음의 아버지, 구성진 상여소리 따라 그 뒤를 좇던 유년, 달빛에 내린 아내에 대한 시들을 보면 시인의 가족에서 바쁘다는 일상으로 등안시 하던 가족들 생각에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족에 대한 물큰한 그리움과 자연을 사랑하고 그 자연을 통한 시안들이 마치 바다 속 자연산 해조처럼 하늘거리는 시 외에도 바퀴벌레, 버스 안에서 만난 별빛들, 상여, 손등의 행진, 나비의 꿈, 겨울바람 속 봄이 묻어, 빈자리 등 주옥같은 시들이 시집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서사적이면서 서정성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조 시인의 시심은 시간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산야의 꽃과 나무 등을 찍어 시인 모임 밴드에 전하는 것에서 비롯되었을 터 그 중 섬광처럼 뇌를 후려친 ‘바퀴벌레’ 시를 소개한다.
마당 잔디밭 사이 햇살에
윤기 나는 작은 등을 보았다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엉겹결의 눈 맞춤
바퀴벌레는 쏜살같이 달린다
왼 발 크게 벌려 막고
한 쪽 발을 들어 올리는 찰나
희끗 올려다보는 불안한 눈
전쟁과 평화의 공존 속
절박하여, 협상의 손을 내미는 자와
원칙을 고수하려는 자들의
칼 끝 춤판이 펼쳐질 무렵
수억 년 살아온 흔적이
또 다른 적을 만들어가는
불편한 관계 모색의 길을 찾는 듯
우리는 눈만 깜박 거린다
시샘에 눈멀었던 나는
살며시 발을 내려놓았다
이는 ‘바퀴벌레’ 전문으로 사람살이에 적인 바퀴벌레를 짓뭉개려다 마주친 바퀴벌레의 눈을 통해 협상과 원칙의 갈등이 조성되고 끝내 인간미를 넘어 자연의 모든 것을 시의 상상력의 놀이터로 여기는 따사로운 시인은 발을 내려놓는 협상을 본다.
이 외에 ‘숲 땅’ 시에서 보여주듯 자연을 시가 뛰노는 상상의 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명이 숨 쉬는 숲과 땅에선 도리질이 없고 보살핌과 위로의 따사로움으로 키우는 나라라는 자연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 시인의 시의 언어가 뛰노는 숲 땅을 만나보면 맵찬 겨울도 쉬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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