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과거 조카가 저지른 살인 사건에 대한 변호를 맡았던 일이 표면화되자 26일 "가슴 아픈 일이고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든 범죄의 피해자들은 억울한 것"이라면서도 "그 점에 대해서 제가 멀다고 할 수도 없는 친척의 일을 제가 처리하였는데 아쉬움, 억울함에 대해서 제가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 후보는 거듭 "안타까운 일", "마음 아픈 일"이라면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유엔의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었던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제게도 이 사건은 평생 지우지 못할 고통스런 기억이다. 어떤 말로도 피해자와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것"이라며 데이트 폭력에 대한 특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가 언급한 '데이트 폭력 중범죄'는 지난 2006년 5월 서울 강동구에서 일어난 '모녀 살인 사건'이다. 당시 이 후보 조카 김 모씨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살던 집에 찾아가 전 여자친구와 그녀의 어머니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 받았다. 이 후보는 가해자인 조카의 1, 2심 재판 변호를 맡았고, 당시 조카를 변호하며 '충동 조절 능력 저하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감형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으로 딸과 아내를 잃은 A씨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5년이 지났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저릿저릿하다"며 "사건 당시에도 사과는 없었고, 현재까지도 이 후보 일가 측으로부터 사과 연락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A씨는 "우리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이제 와서 예전 일을 끄집어내 보란 듯 얘기하는데 참 뻔뻔하다"며 "갑자기 TV에서 사과 비슷하게 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 후보가 조카를 변호하며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주장한 것에 대해 "내 딸의 남자친구였던 그 놈은 정신 이상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면서 "뻔뻔하게 심신미약, 정신이상을 주장했다는 게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전주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흉악 살인 범죄를 변호하면서 충동 조절 능력 저하나 심신 미약 상태를 주장한 사람이 어떻게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라며 "국가지도자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약자에 대한 기본 인식과 공감 능력의 심각한 부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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