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88%가 동의하지만 14년 째 만들어지지 않는 법. 차별금지법이다.
이 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 성별, 장애, 출신,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정부입법안으로 처음 발의된 이후 발의와 폐기만을 거듭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10인이 만든 법안과 올해 6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 24인이 만든 법안 등 4개안이 있다. 장 의원의 법안은 올해 6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10만 명을 넘겨 상임위인 법사위에 자동회부됐지만, 법사위는 지난 7일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연장했다.
정치권의 표 계산과 일부 보수·종교 단체의 압력으로 이 법안은 14년 동안 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대선을 앞 둔 현재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당 윤석열 후보는 '개인 자유 침해'라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유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단이 25일 국회 앞에서 깃발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정의당도 법안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입법을 더 미룰 수 없다며 올해 안에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해가 편견이 되고, 그 편견이 혐오와 낙인, 차별과 폭력으로까지 번지는 아픔은 반복돼왔다. 정치적 유불리가 우선하는 정치판에서 이 고리를 끊는 결단은 나올 수 있을까? 국회를 에워싼 깃발과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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