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24일 외교부와 산업자원통상부는 "정부는 미국이 제안한 비축유 공동방출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며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인도 등 주요 경제권 국가들이 참여하며, 방출물량 및 시기 등 구체적 사항은 향후 미국 등 우방국과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결정 배경에 대해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국제 유가에 대한 국제 공조 필요성, 한미동맹의 중요성 및 주요 국가들의 참여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비축유 방출 규모, 시기, 방식 등은 추후 구체화될 예정이지만, 과거 IEA(국제에너지기구) 국제공조에 따른 방출 사례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리비아 사태 당시, 비축유의 약 4% 수준인 346만 7000배럴 규모로 방출한 바 있다.
정부는 "국내 비축유는 IEA 국제기준에 따라 100일 이상 지속 가능한 물량을 보유할 수 있어 비축유를 방출하더라도 비상시 석유수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비축유 방출은 전 세계적으로 치솟는 유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석유 주요 소비국의 공동 행동으로, 실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올해 초 대비 5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비축유 방출 공조를 주도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처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돼있는 상황에서 유가마저 계속 상승하면서, 집권 이후 저조한 지지율에 시달리던 바이든 대통령 및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한다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을 정도로 유가 문제에 상당히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유가 안정을 위해 비축유 방출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실제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를 포함한 비(非)석유수출국기구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와 대립이 커지면서 오히려 유가가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 시각) OPEC+ 관계자가 현재 석유 시장 여건을 고려했을 때 전략적 비축유 방출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석유장관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재고할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석유 소비국인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과 산유국 간 국제 유가를 둔 주도권 다툼이 한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 19 발생 이후 세계적 차원에서 교류가 증가할 경우 석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가가 더욱 불안정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유럽이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인해 다시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어 실제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에 국제 유가가 안정세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 19로 인해 국경을 봉쇄한 국가가 많아지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 당 20달러 정도로 떨어진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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