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와 '학살자'라고 마지막까지 불리며 영욕의 삶의 끝에서도 사과 한마디 없이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살아생전 전북에 남겼던 흔적은 그보다 먼저 세상 속에서 지워졌거나 환경파괴라는 얼룩으로 드리워져 있다.
전북에서 굳이 그가 남겨 놓은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무주리조트가 대표적인 바로 그것이다.
그의 지시로 지난 1987년에 착공해 1990년 12월 쌍방울그룹 계열인 쌍방울개발이 준공한 무주리조트는 무주 동계 올림픽을 위해 건설됐지만, 과도한 확장으로 인한 부채와 1997년 외환 위기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치는 바람에 쌍방울 자체가 1997년 부도 처리됐고, 2001년 대한전선-미국 볼스브리지 컨소시엄에 넘어가 운영됐지만 역시 경영상의 문제로 인해 타기업에서 또다른 기업으로 넘어가 운영중에 있다.
군부집권으로 덕유산 구천동야영장에 민정당 연수원(현 덕유교육원)이 들어서면서 오욕적인 그의 손길이 청정무주에 닿게 됐다. 그곳에서 전국당원대회를 개최한 후 자기정당도 알릴 겸 무주구천동을 알리기 위해 스키장 건설 지시를 내린다.
그렇게 국립공원 역사상 최악의 환경테러로 평가받는 무주리조트 건설이 착수된 후 67만㎡ 이르는 국립공원 한가운데 활강 스키장과 골프장 등 대규모 휴양시설이 들어서게 된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해발 1614m) 주변까지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구상나무와 전나무 등 희귀 고산식물들이 전멸 또는 절반 이상이 죽어 나가는 환경학살 현장이 되버렸다.
국립공원 내에 골프장이 들어서게 된 것은 절대권력자이자 골프광이었던 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두환이라는 힘을 받아 당시 국립공원위원회는 자연보존지구를 해발 1000m 이상에서 해발 1300m 이상으로(1988년), 국제스키장 구역은 1500m 이상으로 변경했는가하면, 국제스키슬로프 공사를 위해 9만 평의 자연보존지구를 자연환경지구로 용도 변경하도록 심의·의결하는 등 덕유산 국립공원을 파괴하는데 앞장섰다.
빈 손으로 세상을 떠난 5.18 광주학살 주범의 환경학살 만행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자신의 결정에 조성된 무주리조트 골프장에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010년 6월 22일 그는 2박3일 일정으로 골프 라운딩과 가족여행차 무주를 찾아 지인들과 라운딩을 즐기는 모습이 확인된 바도 있다. 그가 생전 전북을 찾았던 마지막 일정으로 남겨져 있다.
무주에 그의 파괴적인 손길이 세상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면, 무주 옆 동네인 장수에 그의 친필 현판이 내걸려져 있었던 적도 있다.
장수군 장계면 주논개 생가지 정자에 지난 20년 간 내걸려져 있던 그의 친필 '단아정' 현판이 2년 전인 2019년 12월 4일 성난 민심의 손에 뜯겨졌다.
그의 흔적이 남았던 '단아정'은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논개 생가지를 지나 오른편에 위치한 연못의 정자로 지난 1999년 10월 그가 쓴 현판이 걸려져 있던 곳.
이 현판은 그가 대통령 퇴임 후에 쓰여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판과 함께 이른바 '전두환 찬양' 논란이 일었던 단아정 옆 표지석 역시 철거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편 단아정 현판은 논개정신선양회가 장수군에 현판 철거를 요청하면서 철거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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