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서 마지막 난제가 되고 있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권한·역할' 부분에 대해, 윤석열 후보 측 인사로부터 주목할 만한 언급이 나왔다. 이른바 '3김(김종인, 김병준, 김한길)' 진용을 갖추되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게 될 경우 그 위상은 김병준·김한길 등 다른 원로 정치인들과는 체급이 다르고,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윤 후보도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 의원은 19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한길 전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은 합류가 결정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어떤 형식으로든지 참여할 거라고 본다"면서도 김종인 전 위원장을 포함해 '3김', '3두 체제'라고 묘사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그것은 언론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선을 그었다.
권 의원은 당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윤 후보의 지난 7월 전격 입당 과정에서 다리 역할을 했고, 현재 선대위 본부장급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다. 윤 후보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권 의원은 "타이틀(직함)상으로 보더라도 지금 논의되는 자리가 김한길 전 대표는 국민통합 쪽이고, 김병준 전 위원장은 상임선대위원장 아니면 미래전략 등 부분이다. (그런데) 김종인 전 위원장은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구분지어 말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동급은 아니라는 것이냐'고 되묻자 권 의원은 "그렇다"며 "그런데 '3김'이라고 얘기하면 김종인 전 위원장께서 어떤 반응을 보이시겠느냐"고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을 자극하기 위한 언론의 제목 뽑기라는 것이냐'는 재질문에 권 의원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권 의원은 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선대위 기능 장애 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문제는 숫자가 많아서라기보다, 조직 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결정을 하는 단위는 굉장히 슬림하고 신속한 결정이 가능하도록 애초에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주당의 '선대위 직함 반납' 소동에 대해서도 "타이틀 같은 경우 의원들이나 당의 핵심적 사람들이 바깥에 나가서 활동할 때 타이틀이 전혀 없는 경우와 있는 경우가 다를 것 아니냐"고 했다.
권 의원의 언급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얘기가 그저 '남의 당'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 가운데 핵심 부분은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견해차다. 윤 후보는 다수의 전현직 중진의원들을 포함한 통합형 선대위를 선호하는 반면, 김 전 위원장은 메시지 중심의 가볍고 빠른 조직 구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의원이 마치 민주당 이야기를 하듯 한 말은, 이 양자의 주장을 절충한 것이다. 핵심 의사결정을 하는 선대위 상층부는 "슬림하고 신속한 디자인"을 하되, 일선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녀야 할 정치인들에게 "타이틀"용 임명장을 써주는 데에는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이런 맥락에서는 "숫자가 많아서" 안 될 것도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권 의원은 특히 '현안에 대해 판단해 결정하는 컨트롤 타워는 후보냐, 총괄선대위원장이냐'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통상적으로 총괄선대위원장이 우선 결정한다. 결정하고 후보와 상의할 것"이라며 "후보도 웬만하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다만 "그런데 후보의 개인적 철학이나 평소 생각과 전혀 다르면 (후보 의견이) 반영될 것"이라며 "후보가 분명하게 자기 의견이 있을 때는 후보의 의견을 따르는 게 옳은 방향이다. 결국 선거는 후보가 하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후보의 의견을 잘 따르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저는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2012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며 "당시는 김종인 박사가 선거전체를 총괄하기보다는 정책 부분을 총괄했는데 그 때도 갈등이 있었고 시끄러운 소리도 났었지만 결국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뜻이 거의 대부분 관철이 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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