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은 2017년 8월 문을 열었다. 지방에 있는 노동자들이 서울에 올라와 지낼 곳이 마땅치 않다는 데 착안했다. 영등포구 신길동에 건물 한 채를 구했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공간을 꾸몄다. 시민 2000여명이 후원금을 보태기도 했다. 비정규 노동자 쉼터라는 간판이 붙었다.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받았다. 지금도 한 해 약 400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물론 꿀잠을 이렇게 간단히 설명할 수는 없다. 이곳은 시대의 아픔이 모이는 곳이었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과 일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의 가족에게 위로와 쉼터가 되는 곳이었다. 이들을 도우려는 발길과 고민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아픔을 모아 희망과 연대를 만드는 곳이었다. 기륭전자, 콜트콜텍에서 오랫동안 싸워온 노동자들이 지탱하는 만큼 그 어디보다 노동자의 아픔이 무엇인지 잘 아는 곳이었다. 하지 않을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시작한 싸움을 허무하게 끝낼 수 없는 벼랑 끝 노동자에게 꿀잠은 따뜻한 밥과 손을 내밀고 머리를 맞대는 곳이었다.
꿀잠이 위기다. 지지부진하던 이 지역 재개발 사업이 돌연 속도를 내면서다. 벼랑 끝 노동자에게 손을 내밀던 꿀잠이 도리어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겨울의 초입, 이곳의 하루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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