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회담을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도 미소로 응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미국과 중국 지도자로서의 책임은 양국 관계가 공개적인 충돌로 바뀌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에겐 상식의 가드레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오랜 친구를 보게 돼 무척 행복하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공동 인식을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중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길 원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3시간 15분 가량 진행된 이날 정상회담에서 바이든과 시진핑의 미소는 오래 가지 못했다. 대만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는 거친 말도 오갔다.
중국 정부가 미국 사업가들에게 중국 비자 취득을 용이하게 하는 절차를 검토하겠다는 것 이외에 양측이 실질적으로 합의한 부분은 많지 않았다. 폐쇄된 영사관, 관세 문제 등도 양국 협상 테이블에 그대로 남았다. PBS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 참가 여부는 이날 회담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양국이 대만, 인권, 무역 등 현안과 관련한 각자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문제로 불 붙은 바이든-시진핑
바이든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시행해왔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의 현상 변경엔 반대한다. 대만 해협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 성의와 최선을 다해 평화통일의 비전을 이루려 하겠지만 만약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돌파하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대만이 미국 일부 인사들을 동원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이는 불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며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고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무역 문제에 있어서도 시진핑은 "양국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 측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그리고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은 바다에서 항행하는 거선 두 대"라며 "풍랑 속에 같이 나아가기 위해 양국은 키를 꼭 잡고 항로 이탈이나 충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경쟁'이란 장기 흐름 속에 일시적 '휴식'에 불과
바이든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이날 회담은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의 전임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중국과 정치적 갈등을 키워 국내 정치에 활용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 역시 취임 후 중국과 갈등을 완화시키지 않았다. 바이든 역시 중국에 대한 경쟁심을 넘어서 반감이 큰 미국 유권자들의 정서를 고려해야만 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공화당과 트럼프 세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종신제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시진핑도 국내 정치적으로 미국과 갈등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쇠락하는 세계 권력인 미국과 상승하고 있는 권력인 중국 사이의 갈등과 경쟁은 불가피한 '힘의 충돌'이다. 두 "거선"의 항로는 예측하기 힘들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 "바이든과 시진핑의 해빙은 앞으로 닥칠 도전들로부터 잠시의 휴식만을 제공할 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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