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일 방한 중인 존 오소프 상원의원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 근현대사에 미친 미국의 영향력을 양면으로 평가했다.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사에서 가진 오소프 의원과의 접견에서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지원, 협력 때문에 전쟁에 이겨서 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고, 미국의 경제적 지원과 협력 덕에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에서 경제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는) 군사적, 외교안보적 측면 빼고도 경제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미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협력과 교류를 동반한 포괄적 협력 관계가 확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다만 "이 거대한 성과에도 작은 그늘이 있다"고 밀을 이었다. 그는 "예를 들면 일본에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승인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나중에는 일본이 분단된 게 아니라 한반도가 분단돼서 전쟁의 원인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오소프 상원의원이 이런 문제까지 인지하고 있다고 들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1905년 미국과 일본이 각각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한 합의다. 을사조약을 강요하고 대한제국을 침략한 일본을 미국이 묵인했다는 근거 자료다.
미국 상원대표단을 만나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덕담을 넘어 과거 부정적인 역사 문제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한 이 후보의 발언은 이례적이다.
이 후보는 앞서 미국을 '점령군'으로 표현한 데 대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주한미군 성격은 시기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현재는 한국과 미국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관계다. 점령군이 아닌 동맹군"이라고 했다.
회담 뒤 선대위 국제위원장인 김한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소프 의원이 한미일의 역사, 식민지 등에 관심이 많고 많이 알고 있다"며"한국의 현대사에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런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후보는 한반도의 당면 현안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김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이 후보는 "미국과 베트남은 전쟁을 치렀고 많은 희생을 치렀음에도 관계 개선을 해서 우방국화 되지 않았나"라며 "북한도 우리가 노력하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이는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8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북한을 동맹이 주도하는 질서에 끌어들이자'며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목표를 제시했던 대목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군사적, 경제적 압박 일변도로 추진된 기존의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 북한을 한미 동맹의 세력권으로 견인하면 북한을 중국 견제에 활용할 수 있고, 북핵을 정점으로 하는 한반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북미 관계 해법으로 "남북 간, 북미 간에 상당히 불신이 있고 북한이 자기 체제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대화 정책이 더딘 만큼, 이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 체제는 미국에도 큰 이익이 되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인접국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한 "교류, 협력, 평화정책으로 남북이 서로 불신하지 않고 북한이 해외에서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라며 "경제가 평화를 이루고 보장하는 그런 상황을 고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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