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 5.18 묘역을 찾아 사과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는 항의하는 시민들에 막혀 민중항쟁추모탑 앞에서 분향을 하지 못하고, 멀찍이서 추모탑 방향을 바라보며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참배를 마쳤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4시께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를 찾았으나, 항의하는 시민단체들의 원성이 먼저 그를 맞았다. 윤 후보는 묘역 입구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추모탑 쪽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이들의 항의에 막혀 약 10분간 멈춰서 있다가 결국 그 자리에서 추모 음악에 맞춰 참배했다.
윤 후보는 참배 후 사과 입장문을 꺼내 낭독했다. 그는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는 40여년 전 오월의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이 기억하고 있다"고 80년 5월을 기렸다. 그는 앞서 방명록에도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하게 세우겠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입장문에서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다. 그러기에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오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 여러분이 염원하는 국민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이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입장문 발표 후 발걸음을 돌린 윤 후보는 한 기자가 '항의 시위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라고 묻자 "제 발언으로 상처받은 분들께 사과를 드렸고, 이 마음은 제가 이 순간 사과드린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처받은 국민들, 특히 광주시민들께 (사과한) 이 마음을 계속 갖고 가겠다"며 "저 분들 마음을 제가 십분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제가 오월 영령들께 분향도 하고 참배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많은 분이 협조해 주셔서 분향은 못 했지만 사과를 드리고 참배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다른 기자로부터 '정치적 쇼라는 비난이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강한 어조로 "저는 쇼 안 한다"고 받아쳤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前文)에 싣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제 원래의 생각이 5.18 정신이라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기 대문에 당연히, 늘 헌법이 개정될 때 전문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고 전부터 주장해 왔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과거 국민의힘 인사들의 5.18 왜곡 발언, 망언에 대해 징계 요구에 대해서는 "거기에 관련해서는 여러 표현의 자유 문제도 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5.18 정신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기 때문에 그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허용돼선 안 된다. 또 5.18 정신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역사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본질을 허위사실, 날조로 왜곡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전두환 옹호 논란에 대해 사과 입장 표명을 하러 온 자리에서, 5.18 관련 망언과 관련해 굳이 "표현의 자유 문제", "어느 정도 역사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있다"는 등 사족에 가까운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윤 후보는 이날 앞서 5.18 민주화 운동의 산 증인이자 재야 원로였던 고(故)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방문해 홍 변호사 유족 및 종친회 인사들과 대화하고, 이어 광주 서구의 5.18 자유공원을 찾는 일정을 소화했다. 홍 변호사 생가에서는 고인의 아들인 홍기훈 전 국회의원 등과 대화하며 '가까운 검찰 선배의 부인이 홍 변호사와 함께 5.18 당시 내란죄로 구속된 조비오 신부의 막내 여동생이었다'는 인연을 소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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