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실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한 검찰의 공소에 대해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경란)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을 판결했다.
A씨는 폰팅 업체 및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운영을 한 B씨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고율의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2011년 7월부터 2016년 5월까지 40차례 걸쳐 55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경찰 수사를 의식해 수사 편의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A씨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 같은 뇌물 혐의 외에도 2019년 6월 지인을 통해 B씨가 검거된 사실을 알게된 뒤 자신이 근무 중인 경찰서 사무실에서 부하 직원의 아이디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 B씨의 보이스피싱 사건 기록을 열람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A씨의 재판에서는 ‘공소장 일본(一本)주의’가 쟁점이 됐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판사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검사가 쓰는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된 내용만을 정리해 넣을 수 있도록 하고, 수사기록 등은 재판 중에 따로 제출하도록 한 원칙이다.
하지만 검찰이 실제 범죄사실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공소장에 포함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발생했다.
검찰은 당초 공소장에 "A씨는 2014∼2016년 중국에 방문해 B씨에게서 3차례 골프 등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과 "B씨는 2019년 6월 검거된 뒤 ‘초동수사가 중요하니 힘을 써달라’라는 내용의 편지를 A씨에게 보냈다"고 적었지만, A씨 측이 해당 두 부분=은 범죄사실과 관련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4월 뒤늦게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하고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더라도 공소장 기재 방식의 하자가 치유됐다고 볼 수 없다"며 뇌물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했다.
1심 재판부는 "중국에서의 접대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 별도의 일시·장소에서 이뤄진 것으로, A씨가 지속적으로 B씨와 연락하며 접대받았다는 인상을 줘 유죄 심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B씨의 편지는 핵심 증거에 해당하는데, 발언의 핵심이 그대로 기재돼 공소장 일본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B씨 편지의 내용을 추상적 또는 간단히 기재해도 충분했을 것"이라며 해당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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