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짜리도 못 푸는 멍청한 새끼들."
"이제부터 대답 못하는 자식들은 깡통대가리다."
"너 같은 애들이 사회 나가서 문제 일으키는 거야."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 후) 그깟 딴따라 뒈졌다고 왜 너네가 지랄이야."
차별금지법(평등법)과 지방자치단체의 학생인권조례 등 사회 전반에 인권의식이 향상되고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어리다'는 이유로 학생을 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이 3일 학생의날을 맞아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학교 내 나이 차별적 언어문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69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 70.29%가 '평소 수업 중 교직원에게 하대를 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 여학생은 76.98%, 남학생은 59.85%로 나타나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수업시간 외 개인적인 대화에서 하대를 받은 적 있다고 답한 학생도 65.3%에 달했다.
반면 평소 수업이 아닌 공개된 자리, 공개수업·교내방송 등의 자리에서 하대를 받은 적 있다는 학생은 35.85%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음은 "학생을 하대하면 안 된다는 걸 교직원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대를 당할 때 불린 호칭으로는 △야 71.16% △인마 51.94% △새끼 43.33% △자식 39.17%(복수 응답) 순으로 나타났다. 욕설·비속어로 불린 경험도 50건 이상으로 조사됐다.
교사로부터 무시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묻는 경험(주관식)으로는 256명(12.45%)이 답했다. 지음이 공개한 사례 중에는 △입술이 부은 학생에게 "섹시하다", "술집여자 같다"는 등의 성적 대상화 △"너 같은 애들이 사회 나가서 문제 일으키는 거야"는 식의 비하 △"한 번만 더 말대꾸하면 죽여버린다"는 식의 위협적인 발언 △"동성애는 정신병이야", "남자가 울면 안되지" 등의 차별적인 발언 등이 제시됐다.
교직원의 하대가 일상적인 것처럼 학생 스스로도 자신보다 나이나 학년이 낮은 학생을 하대했다. '학교에서 다른 학생으로부터 나이가 더 많거나 학년이 높다는 이유로 한쪽에서 하대하고 한쪽에서 존대하는 경우가 있다'는 질문에 55.8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사례로는 221명이 △"선배님" 등의 존칭을 강요당했다 △'90도 인사'를 강요당했다고 답하며 그렇지 않으면 '욕설이나 신체적 폭력, 집단 따돌림 등을 당했다'고 적었다.
학생들은 '한국 사회는 나이에 따른 수직적 문화와 차별이 심하다'는 질문에 83.0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대하고 친한 관계에서만 말을 놓는다면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학교가 될 것이다'라는 질문에는 79.1%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음은 "실태조사 보고서를 각 시·도교육청에 전달하고 민주적·인권적 학교 문화를 마련할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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