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7개월만에 다시 만난 가운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27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한러 외교장관 회담 이후 공동 언론 발표를 가진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논의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러한 배치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절인 지난 2019년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한 뒤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내에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이같은 행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다가 한국이 배치 가능한 지역으로 거론되면서 이러한 질문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INF 조약이 금지했던 미사일을 유럽이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표한다"며 "이러한 계획이 실행되면 위험한 사태가 (벌어질) 예정"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중거리 미사일 같은 무기를 금지하고 배치하지 않기로 약속하자고 (미국에) 제안했지만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모두발언에서도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 정의용 장관과 의견을 나눴다면서 "모든 당사자들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의 모든 이슈는 외교적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타협적이고 장기적인 관여를 모색하고자, 모든 유관국이 협상을 제기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장관은 "현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북한과 대화를 조속히 재개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외교적 해결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 장관은 "지난 4년간 5차례 실시한 정상 외교를 바탕으로 양국관계가 긴밀히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을 평가했다"며 "향후 코로나 19 상황이 안정 되는대로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조기에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같은 해에 서로의 국가를 방문해 회담을 진행한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양국 외교장관은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했던 '2020-2021 한-러 상호교류의 해' 폐막식에 공동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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