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전쟁 종전선언의 구체적 시기 및 방식에서 한국과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려던 구상이 그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는 한미 간 공동 전략 마련에서부터 다소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 계획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북한과 대화 시작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한미)는 다른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며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한미 간 방법상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핵심적인 전략 구상 및 외교를 통해서만 효과적으로 진전을 이룰 수 있고 외교는 억지력과 효과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는 신념에는 근본적으로 의견이 일치한다"며 종전선언 추진 자체에는 한미 간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한국과 논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성김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최근 한국과 짧은 시일 안에 연쇄적으로 가진 협의에 대해서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다"며 "계속 (한국과) 집중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날 언급대로 한미 양측이 종전선언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기존 북핵 수석대표 협의 과정에서 우회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성김 대표는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발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데 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고,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한국의 종전선언을 포함해 다른 아이디어들과 향후 계획들을 노규덕 대표와 함께 계속 탐색하길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반면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의 SLBM 발사는 언급하지 않은 채 "워싱턴에서 가졌던 협의의 연장선상에서 오늘 김 대표와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있는 협의를 가졌다"고만 밝혀 양측이 종전선언 및 한반도 정세에 대한 진단에 있어 다소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종전선언뿐만 아니라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 자체에서 한미 간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성김 대표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가진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를 계속하길 고대한다"고 밝히긴 했으나, 동시에 북한이 불편해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이행,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도 언급했다.
반면 노규덕 본부장의 경우 이같은 사항들은 언급하지 않은 채 대화에 참여하면 북한이 원하는 의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 한미 간 온도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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