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6일 비대면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에 위안부 문제를 회부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 문제를 회부하자고 문재인 정부에 요청했던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무대응으로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ICJ 소송은 당사자 쌍방이 모두 동의해야 재판 절차가 진행된다.
이 할머니는 "일본은 국제사회에 망언을 퍼뜨리면서, 저희의 명예와 역사적 진실을 지금도 훼손하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요, 고문방지협약의 위반"이라며 "우리 한국의 피해자들 뿐 아니라, 전 세계 피해자들을 위해서, 한국정부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위안부 문제를 가져가서, 일본이 위안소 제도를 만들고 운영한 것은 전쟁범죄였고, 반인륜 범죄였다는 명백한 판단을 받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지난 4년 반 동안, 코로나 대응을 비롯해 정말 많은 일들을 잘 해 오셨는데 위안부 문제만큼은 전혀 진전이 없었고 오히려 크게 후퇴했다"며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해결을 해야 한다. 제 발걸음이 더 느려지기 전에, 아침에 제 숨소리가 더 잦아지기 전에, 우리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돌아가시기 전에 제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NYT "위안부 피해 최초 증언한 김학순, 20세기 가장 용감한 인물"
이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기자회견을 하기 몇 시간 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25일(현지시간) 일본군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의 부고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지난 1851년부터 당대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에 대한 부고 기사인 '더는 간과할 수 없다(Overlook No More)' 시리즈의 일환이었다. 지난 1997년 김 할머니 별세 24년 만이다.
NYT는 김 할머니의 폭로로 일본 정부가 수십년 동안 부인했으며, 여전히 많은 일본 정치인들이 부인하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전쟁 성범죄가 세상에 드러났으며, 이후 중국, 호주,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도 증언에 나설 수 있도록 감명을 줬다고 평가했다.
NYT는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한일 관계 전공)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그는 20세기 가장 용감한 사람 중 하나"라면서 "김학순의 최초 진술은 연구자들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서화된 증거를 발견하도록 추동했으며, 이를 통해 유엔이 정의한 전쟁 범죄와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책임을 일본 정부에 묻는 과정을 시작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한국에서 김 할머니가 최초 증언을 한 날인 8월 14일은 지난 2018년부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됐다면서 "그는 남은 생 동안 일본 정부가 법적인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하도록 요구하며 지치지 않는 활동을 펼쳤지만 그는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 부고 기사는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된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로 끝났다.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은 할 수만 있다면 110살, 120살까지 살아서 일본한테 잘못했다는 소리 듣는 것이다. 다른 건 없다."
24년 전 김 할머니의 소원은 26일 밝힌 이용수 할머니의 소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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