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역하면 바깥 하늘 두 번 못 보고 마는 광부의 경전’이라 씌어있는 옅은 회색 글씨가 섬뜩하게 다가오는 시집 표지에서 예사롭지 않은 시 전개를 예감한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갱도에 스스로를 가두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최초 건립한 보령석탄박물관이 있는 충남 보령시 성주면에 살고 있는 시인은 스스로를 갱도에 가두고 창작에 몰두한 것 같다. 한 테마를 가지고 70여 편의 시를 엮어내는 것은 대단한 의지가 필요할 테니 말이다.
송계숙 시인은 “10여 년에 걸쳐 탄광 시를 썼다”라고 한다. “잊혀가는 광부의 삶, 예고도 없이 탄광 막장에서 산화한 광부의 마지막 호흡을 시집에 불어 넣었다”라고 전한다. 광부 유가족의 애통함과 처절한 삶의 애환도 실제 지켜보며 소외된 사람들의 먹먹한 이야기를 시로 기록했다. 실제 그는 갱도에서 가족을 잃은 비극의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탄광에서는 금기시되었던 여인의 눈으로 바라본 최초의 탄광 시집이다.
정연수(문학박사) 탄전문화연구소장은 해설에서 이 시집에 대해 탄광문학의 지리적 계보에 대한 완성판, 보령 문학 더 나아가 충청 문학의 새로운 영역 개척, 경제적 혹은 지리적으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벌거벗은 타자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지닌 시인 정신, 깨어 있는 작가정신으로 시대를 정리하는 ‘기록문학의 모범’을 높이 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송 시인의 시집은 4부로 분류되어 있는데 제1부 ‘이윽고 진저리치는 산통 끝에 / 이슬은 무너진 갱도라는 신생아를 낳는다’, 제2부 ‘빈틈없는 어둠과의 격투, / 불길이 또 하나의 지층을 뚫고 / 활활 꽃망울 터트린다’, 제3부 ‘붉은 졸참나무 조문하는 가을하늘에 / 저마다 억새풀로 은빛 묘비명 쓰는 저녁’, 제4부에는 ‘산 사타구니마다 마른버짐처럼 꽃 무더기 시시때때로 번져가고 초로에 핏기 잃은 광부의 몸 구석구석 오래된 상처들 벌겋게 소리 지르며 발기하고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송계숙 시인의 탄광시집이 광부들과 가족들에게 주는 위로는 그 어떤 위대한 문학작품보다 더 큰 의미가 있으며 지역 문학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 지역 정체성을 살린 이번 시집은 이미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시집 표사에서 이 순 시인이 “이 시집은 비단 보령 탄광 광부들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지탱해 주는 모든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을 우리가 기억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듯이 광부의 역사는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소중한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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