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일흔다섯돌 한글날 경축식 행사 사전 녹화 영상에 한글을 애인 삼아 '진짜 달콤한 내 인생'을 즐기고 있는 전북 완주의 '할매'가 설레이고도 행복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한글날 경축식 영상에서 한글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 사이에 전북을 대표한 '완주할매'가 자랑스런 이날의 구성원이 된다.
여는 영상과 국민의례, 훈민정음 머리글 읽기, 한글 발전 유공 포상 수여자 소개 영상, 축하 말씀, 한글날 노래 다함께 부르기 등 경축식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러서 '완주할매'인 김희순 씨가 목청에 서서히 힘을 싣게 된다.
바로 우리의 자랑 한글을 위한 '만세삼창'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만세삼창 대표 3인 중 한 명으로 선택받은 김희순 씨가 한글날 경축식에 초대를 받게 된 것은 한글을 배우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
완주 진달래학교에서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날마다 몸소 느끼고 있는 김희순 씨이기에 한글날 경축식 참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김희순 씨가 기초학력 취득을 위해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는 진달래학교는 '진짜 달콤한 내 인생'의 줄임말.
이곳에서는 60대부터 80대까지 어르신들이 한글 등 기초적인 배움을 받고 있는 성인문해 교육의 하나다. 지난 2008년부터 '성인문해 교실'을 운영해 온 완주군은 그 명칭을 '진달래교실'로 변경했다.
배움의 갈망으로 한글 하나하나를 진달래학교를 통해 터득한 할매들은 아름다운 한글로 직접 쓰고 그린 동화책과 그림책까지 출판하는 작가의 경지에도 올랐다.
지난해 12월 동화책 <칠십고개>, 그림책 <살아온 새월 중 가장 행복하지> 2권을 출간한 할매작가들이다.
동화책 <칠십고개>의 주요내용은 '구렁이의 원한, 호랑이와 여우의 금강산 주인다툼. 천 냥 내기 수수께끼, 끝없는 이야기, 용왕의 딸과 소금장수' 다섯 가지로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실어 정감을 오롯이 살렸다.
<살아온 새월중 가장 행복하지>는 지난 2019년 <나를 보고 예쁘게 빵끝>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그림책. 진달래학교 삼례·비봉·고산지역 34명 어르신이 참여한 대작이기도 하다.
책 출판 당시 할매작가들의 소감이 다시 머리 속에 되살아난다.
한글을 완벽히 깨우친 할매들은 동화책과 그림책의 작가로 변신했을 뿐 아니라, 방송국의 대화프로그램에도 출연해 한글을 입 속에서 자유롭게 꺼내기도 했다.
올해 5월 15일 진달래학교 졸업생들과 교사들은 한국방송공사의 시니어토크쇼 <황금연못>프로그램에 출연, 처음 '한글학교'에 오게 된 사연과 한글을 배우고 달라진 점 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바 있다.
당시 최숙자 교사를 비롯해 어르신 학생들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 이야기를 전달해 주기까지 했다.
한글 배울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에게 진달래학교는 역경의 긴 세월을 한글 속에 녹여내는 삶의 지혜를 젊은 세대와 함께 나누는 요즘이 '진짜 달콤한 내 인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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