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코로나 치료제를 자체 개발해 실제 임상에서 코로나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가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 주사제인 렉키로나주(상품명임. 성분명은 레그단비맙)를 개발해 지난 2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 직전 당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 주사제가 ‘게임체인저’ 구실을 해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언론은 그의 이런 발언을 대서특필했고 정부도 이를 추어올렸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층과 유력 정치인들이 셀트리온 공장을 방문해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정부도 셀트리온이 개발한 렉키로나주 임상시험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언론 보도와 서 회장의 말을 전적으로 믿은 사람이 있다면 한국이 코로나 지옥에서 탈출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터이다.
물론 이는 과대포장이었고 실은 허망한 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심하게 말하면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병원에서 그동안 줄곧 국산 코로나 치료 주사제를 환자에게 투여하고 있음에도 중증 환자는 계속 나오고 사망자도 많게는 하루에 10여 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코로나 치료 주사제 개발에 막대한 국가 예산 퍼부어
2020~2021년 1년 여 동안 정부가 셀트리온 치료 주사제 임상시험에 지원한 액수는 520억 원에 이른다. 같은 시기 녹십자와 대웅제약이 지원 받은 액수는 모두 더해 191억 원이다. 셀트리온 한 회사가 두 회사가 지원받은 액수 총액보다 2.7배 더 많은 것이다.
셀트리온은 이례적으로 임상시험이 완료되지도 않은 렉키로나주를 60세 이상이거나 심혈관과계 질환, 만성호흡기계 질환, 당뇨병, 고혈압 중 하나 이상을 가진 경증 코로나 환자에만 투여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가를 정부한테서 받아냈다. 8월에는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투여 대상을 확대했다. 10월에는 기존 고위험군 경증부터 중등증 코로나19 환자까지의 증상개선에서 고위험군 경증 및 모든 중등증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됐다.
우리 정부와 제약회사가 코로나 치료 주사제에 목을 매고 있는 사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세계적인 제약회사는 주사제보다는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았다. 선두주자는 미국의 유명 제약회사 머크(Merck)다. 머크는 파트너사인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와 함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를 개발해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머크는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775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머크는 이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날로부터 5일 이내 몰누피라비르나 위약(플라시보) 중 한 가지를 복용케 했고 29일간 이들의 상태를 분석했다.
세계적 유명 제약사, 먹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전력투구
머크는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환자의 경우 7.3%만 입원한 반면 위약을 먹은 환자는 14.1%가 입원하거나 사망했다고 밝혔다. 특히 위약을 받은 참가자 가운데 8명이 사망한 반면 몰누피라비르나를 받은 참가자 중에서는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임상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으며 비만이나 당뇨, 심장병, 60세 이상 등 중증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을 가지고 있었다.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것이 특징으로 5일간 하루에 두 번씩 4캡슐을 투여한다.
머크가 먹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코로나 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코로나 전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코로나 백신 사례처럼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신속 심사를 거쳐 긴급사용 승인을 검토 중이다. 미국의 화이자도 mRNA 백신에 이어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고 스위스의 유명 제약사 로슈도 임상 3상 시험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제조·판매 임박 소식에 관련 주식이 출렁이는 등 즉각 반응하고 있다. 기존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제조 회사인 셀트리온은 물론이고 다른 코로나 주사 치료제 개발 회사, 나아가 코로나19 백신 위탁 제조 회사의 주가마저 맥을 못 추고 있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맥 주사제 형태의 코로나 치료제가 과연 필요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과 판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백신·신약 개발에 획기적 투자와 정책 필요
먹는 코로나 치료제의 등장을 눈앞에 두고서 왜 우리는 먹는 치료제 개발보다는 주사제에 더 신경을 썼는가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든다. 백신이 코로나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이자 주역 구실을 한다면 먹는 치료제는 주역 같은 조역에 해당하고 주사 치료제는 조역에 불과하다.
만약에 주사 치료제가 경구용 치료제보다 효능·효과 면에서 더 뛰어나다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코로나 치료제 시장에서 뒷전으로 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효능·효과가 엇비슷하거나 외려 뒤떨어진다면 급속히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코로나 주사 치료제는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머크는 연말까지 몰누리라비프 경구치료제 1000만 명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발 빠르게 이미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 170만 명 치료분을 구입하기로 했다. 또 한국, 태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 많은 나라들이 이 알약 치료제를 구하기 위한 물밑 협상을 준비 중이다.
우리 정부나 제약회사들은 먹는 치료제가 주사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이미 에이즈, 독감, 대상포진 등 여러 바이러스 감염병에 ‘타미플루’ 등 먹는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돼 널리 쓰이고 있으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신약 개발 능력, 특히 항바이러스 경구 치료제 개발 능력은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 견줘 많이 뒤떨어진다는 게 솔직한 평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먹는 코로나 치료제 주권 국가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되 중장기적으로는 백신뿐만 아니라 각종 치료제와 신약 개발 능력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 투자와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