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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처음엔 이름만 알았죠"...20대 조감독이 말하는 영화 <노회찬 6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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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회찬? 처음엔 이름만 알았죠"...20대 조감독이 말하는 영화 <노회찬 6411>

[<노회찬 6411> 제작진을 만나다] ① 김지수 조감독, 조유경 조감독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회찬 6411>(감독 민환기, 제작 명필름, 시네마 6411, 노회찬재단)이 오는 14일 전국 각지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개봉한다. 노 전 의원의 3주기를 맞아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작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봤을까. 

<노회찬 6411>의 제작진 5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인터뷰했다. 첫째는 20대 중반의 나이로 처음 장편 다큐 영화 제작에 참여한 김지수 조감독과 조유경 조감독이다. 이들에게 영화 제작 과정은 이름 정도만 알던 노 전 의원의 삶을 알아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둘째는 영화의 제작자인 이은 명필름 대표이사와 최낙용 '시네마 6411' 대표다. 이들은 노 전 의원과 동시대를 살았고 진보정당 운동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노 전 의원의 삶을 반추하며 든 소회를 말했다.

셋째는 영화를 공동 제작한 노회찬재단의 김형탁 사무총장이다. 김 총장은 <노회찬 6411>을 보며 노 전 의원이 끊임없이 '진보정당 집권'을 위해 고민했다는 점과 그가 바라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더 깊이 새겼다.

<노회찬 6411>의 개봉을 앞두고 앞으로 세 편에 걸쳐 영화는 물론 노 전 의원의 삶에 대한 3색의 고민이 담긴 인터뷰를 싣는다.

"노회찬 의원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이름만 아는 정도였고요. 진보정당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거대양당이 찍기 싫어 총선에서 정의당을 찍은 정도였죠.(김지수 <노회찬 6411> 조감독)"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19대 대선 때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서 정의당을 찍긴 했지만 진보정당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없었던 것 같아요. 노회찬 의원에 대해서는 정말로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조유경 <노회찬 6411> 조감독)"

<노회찬 6411> 제작에 참여한 김지수 조감독과 조유경 조감독의 나이는 20대 중반이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 최초로 원내에 진출한 2004년, 둘은 초등학생이었다. '노회찬'이라는 이름은 알아도 그가 산 삶의 궤적은 낯설었다.

그러던 두 조감독이 <노회찬 6411>을 만들게 된 것은 민환기 감독의 제안 덕분이었다. 민 감독은 두 조감독이 다니던 중앙대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이후 두 조감독은 노 전 의원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지난 1일, 서울 합정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김 조감독과 조 조감독을 만나 영화 제작 과정과 노 전 의원의 삶이 자신들에게 남긴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노회찬 6411>을 만든 김지수 조감독(오른쪽)과 조유경 조감독(왼쪽). ⓒ프레시안(최형락)

김 조감독이 본 노회찬,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고민을 끝까지 놓지 않은 사람"

김 조감독이 맡은 일 중 하나는 노 의원의 영상 자료를 모아 아카이빙하는 일이었다. 150편 가량의 영상을 봤다. 캠코더로 찍은 사적 영상, 방송국으로부터 받은 영상, 강연 영상 등 이었다. 특히 노 전 의원의 강연 내용은 거의 외울 정도가 됐다.

영화 제작을 위한 인터뷰 촬영도 함께했다. <노회찬 6411>은 지난해 7월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노 전 의원과 생전 연을 맺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는 듯 보였다. 초반 인터뷰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다행히 제작진의 진심에 인터뷰이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인터뷰이분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셨어요. 감독님이 질문을 하면 '아직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는 대답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 답변이 반복되고 어느 순간에 감독님이 답답한 마음에서인지 '지금 아니면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언제인가요' 라는 말을 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진심을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엔 2주기가 짧은 시간이었기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감사했어요."

이렇게 모인 영상 자료와 인터뷰 중 어떤 것을 영화에 담을지 논의하는 일과 가편집도 했다.

김 조감독이 <노회찬 6411>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노 전 의원이 진보신당 소속으로 2008년 총선에 출마해 당시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에게 밀려 낙선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장면이다.

"선거에서 떨어진 뒤 노 의원이 '정치를 하면서 처음 결심한 게 있다. 절대로 국민을 탓하지 않는다. 국민 탓하면 내가 할 게 없다. 내가 부족하면 내가 더 잘하면 되지 않냐'라고 했어요. 저도 다큐를 만들면서 힘든 일에 부딪힌 적이 많았고 제 일의 책임을 남한테 바랄 수 없다는 것을 느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총선에서 낙선한 심경을 국민들에게 밝히는 노 의원의 모습을 자꾸만 곱씹게 되더라고요."

영화를 만든 뒤 김 조감독의 마음에 남은 노 전 의원은 평범한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삶의 어려움을 고민하면서 이를 해결하고자 열심히 산 사람이다.

"영화를 만들기 시작할 때 '노회찬 재단'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영웅으로 그리지 말아달라.' 그때는 그 말을 듣고 '아, 영웅인가 보다'(웃음). 영화를 만들면서 노 의원은 생각보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람이고 많은 사람이 살면서 부딪치는 것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열심히 살았고, 조금 더 자신이 가졌던 생각을 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노 전 의원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들, 즉 진보정당 운동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저도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서 투덜대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불만을 갖는데서 그치지 않고 모여서 해결책을 만들어보려고 고민했던 사람들이 있었구나.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려운 일인데도 그걸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해나가는 모습 자체가 멋졌어요."

▲ 김지수 조감독. ⓒ프레시안(최형락)

조 조감독이 본 노회찬, "진보정당의 집권을 진심으로 바란 사람"

조 조감독의 업무 중 하나도 영상자료를 찾는 일이었다. 수많은 영상 자료를 찾고 보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재미도 있었다.

"영화는 영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노 의원이 노동운동을 하던 때나 진보정당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때의 영상을 찾기 어려웠어요. '노회찬'이라고 검색해서 1980년대부터 나오는 영상을 다 찾았어요. 제일 젊은 시절의 영상이 1995년 영상(노 전 의원이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이자 진보정당추진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때)이었어요. 그 영상을 발견했을 때 쾌감을 느꼈어요."

영화 제작 중반부터는 편집 작업도 함께 했다. 편집 과정에서는 먼저 글로 쓰인 인터뷰를 읽었다. 노 의원의 운전 수행 보좌관이었던 이종수 씨의 인터뷰를 보면서는 울기도 했다. 이 씨는 <노회찬 6411>에서 노 전 의원이 초등학교 졸업 학력인 자신을 운전 수행 보좌관으로 임명했을 때 보좌관증을 들고 화장실에 가 한참을 울었다고 이야기한 이다. 노 전 의원이 자신을 허물없이 대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조 조감독에게 <노회찬 6411>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물었다. 2004년과 2010년 각각 다른 상황에서 윤중로에 선 노 의원의 이야기를 연결한 부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영화를 편집하면서 민 감독에게 처음으로 칭찬받은 장면이기도 했다.

"노 의원이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떨어지기 직전 윤중로를 걷는 장면이 있어요. 벚꽃이 한창인 때라 영상 자체가 아름답긴 한데 슬프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해요. 영화에 2004년 노 의원이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되고 윤중로를 거니는 장면도 나오거든요. 두 장면에서 노 의원의 상황이 많이 대비됐어요. 달라진 시대 속에 혼자 떨어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2010년) 윤중로를 걸은 뒤 노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운동) 마지막 연설을 하면서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거든요. 저에게는 영화의 감정적 클라이맥스였어요. 그 장면을 잘 봐주시면 좋겠어요."

영화를 만든 뒤 조 조감독의 마음에 남은 노 전 의원은 진보정당의 집권을 진심으로 바란 사람, 그 꿈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노 의원에 대해 여성이나 노동 문제와 관련한 정책과 감수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만들면서 이 사람이 진짜 집권의지가 있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최종본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이금희 아나운서가 인터뷰 중에 '노 의원은 50년 후에 진보가 집권할 거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거든요. 자기 생애에 목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노력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노 전 의원의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요즘 많은 사람이 즉각적인 보상을 원하고, 내 문제가 더 중요하고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으면 분노가 일고 자기연민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그런데 노 의원은 보상이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치인으로 갈 수 있는 제일 힘든 길을 꾸준히 갔잖아요. 그런 삶을 보면서 지금의 나만 생각하기보다 앞을 보고 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자기연민에 젖을수록 정말로 제가 하고자 하는 일과는 멀어지더라고요. 이 깨달음을 진짜로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 조유경 조감독. ⓒ프레시안(최형락)

"관객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해주길"..."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게 되는 영화"

인터뷰의 끝에 두 조감독에게 영화를 보려는 사람, 볼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김 조감독은 관객 각자가 자신의 방식대로 영화를 봐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정치인의 삶을 다룬 다큐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달라고는 못하겠어요. 관객들이 각자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올 거라고 생각해요. 편견이나 의심도 있을 테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에요. 다 좋아요.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영화를 소화해주시면 좋겠어요. 단, 편하게 너무 무겁게만 느끼지 않으면 좋겠어요. 보시다 보면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으로서의 노 의원도 보일 거에요."

조 조감독은 <노회찬 6411>에는 눈물도 웃음도 있다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사람의 인생을 묵직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보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다큐는 아니에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3시간으로 편집된 버전을 처음 상영할 때 '이거 될까 안 될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관객들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더라고요. 저희끼리 '관객들이 울고 웃으면 성공하는 거 아니야?'(웃음). 재미있게 좋은 이야기 보러 온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보기만 하면 저희는 자신 있어요."

두 조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노 전 의원의 생애가 관객의 마음속에는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 <노회찬 6411>이 이제 곧 우리 곁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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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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