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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입양 엄마의 깨달음 "부모가 아니라 아이 중심의 입양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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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입양 엄마의 깨달음 "부모가 아니라 아이 중심의 입양이어야"

[입양 당사자들이 바라는 입양제도] ④ '입양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중심이다

입양은 어떤 일인가? 사회복지의 측면에서 보면 양육이 포기된 아동을 원가정을 대신하여 새로운 가정에서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 중에서 최선책은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입양은 차선책으로 아동에게 양육 가정을 찾아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입양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입양인, 친생부모, 입양부모, 즉 '입양삼자'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입양은 살아가는 일 자체이며, 입양인을 중심으로 이들은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입양이 삶이기 때문에 그 안에 항상 좋은 것만도,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닌,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다.

이번 연재는 '입양삼자'가 가슴 속에 담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려고 한다. 이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입양의 도전적 측면과 어려움, 그것을 넘기 위한 노력과 제도적 필요성 등을 살펴보려 한다. 이 글들이 입양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국내입양인, 해외입양인, 입양을 보낸 친생부모, 입양부모, 양육미혼부모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입양에 대한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왜 날 버린 거야? 왜 나만 낳아준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야 하는 거야?"

나는 입양부모이다. 우리 아이는 자신이 입양된 것을 인식하게 된 후 친생모에 대한 질문을 종종 던졌다. 우리 아이의 입양서류에는 친생모가 한 입양기관의 미혼모 시설에 입소하였고 출산 직후에는 바로 해당 기관을 통하여 입양 보냈다는 단선 구조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을 뿐, 아이와 헤어지기로 결정한 친생모의 애정과 번민의 흔적은 담겨 있지 않았다.

아이의 질문은 자신이 낳아준 엄마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작은 단서라도 얻고자 입양기관에 여러 차례 호소한 후에야 아이 출생 시의 발 도장과 '아이를 잘 부탁한다'며 생모가 남긴 편지를 겨우 전해 받았다. 입양 후 십년 만이었다. 이런 소중한 자료가 왜 여태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싫어하는 입양부모가 있어서'란 기관의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 입양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장 적절한 입양가정을 찾아주는 일인데 입양부모의 필요와 기호를 중심으로 입양이 진행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지난 70년간 우리나라에서 입양은 공적인 아동 보호 체계에서 별개의 존재로 뚝 떨어져 나와 '비영리'를 표방한 민간기관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 미혼모 시설 운영, 입양대상 아동의 보호, 입양부모 상담 및 결연 등 입양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입양기관이 오랫동안 전권을 가지고 있었고 입양 실천의 무게추는 자연스레 입양 수요자인 '입양부모 중심'으로 맞추어졌다. 입양부모로서도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유엔아동인권협약은 믿을만한 정부 기관이 아동의 입양을 결정하는 주체라고 규정하고 있고,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이하 헤이그협약) 역시 입양 대상 아동의 보호와 양부모의 적격성 판단을 중앙 당국에서 담당하는 것이 '아동 최선의 이익'을 실현하는 조건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양 관련 제도는 늦었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거치고 있다. 우선 2011년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개정되면서 입양기관이 미혼모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양육보다 입양을 선택하는 미혼모의 비율이 더 높다는 실증에 의한 판단이었다. 2012년에는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 신고제가 법원의 입양 허가제로 전환되면서 입양을 보내고자 하는 친생부모의 출생신고가 필요하게 되었다. 사실상 입양특례법개정 이후 공문서상 비밀입양이 어려워졌고 입양인이 자신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는 강화되었다. 이런 변화의 연장 선상에서 2021년 6월에는 새로운 아동복지법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분리되었던 입양 업무를 전체 아동 보호 체계 안으로 통합하게 되었다. 정부가 입양 업무를 국가와 지자체의 업무로 규정하고 입양 절차에 대해 공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새로운 입양 체계 안에서는 친생부모의 상담, 입양대상 아동 결정, 입양 대상 아동의 보호, 예비입양부모의 상담과 결연, 예비입양부모 교육 등을 공공의 업무로 규정한다. 이러한 입양 절차의 대부분은 입양기관에서 전담해오던 것이다. 입양체계 개편 이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친생부모 상담을 입양기관이 아닌 지자체의 아동보호전담요원이 하는 것인데 이는 친생부모가 숙고하여 입양을 결정하도록 돕고, 양육을 원할 시 지원 정보와 상담을 충실하게 제공하려는 정책 의도가 있다. 또한, 새 입양 체계에서는 현장 실무자로 구성된 사례결정위원회를 통해 해당 아동을 입양대상 아동으로 할 것인지 결정하고, 향후 외부의 전문가와 실무자가 공동으로 입양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적합한 입양부모가 누구일지 공동 결정하는 것으로 지향점을 잡고 있다. 과거에는 입양 건당 지원금과 수수료를 받는 민간 입양기관에서 입양 절차를 논스톱으로 수행하였지만, 이제는 입양과 이해충돌이 없는 국가의 공적 아동 보호의 시스템 안에서 다각적 탐색과 논의를 통해 '이 아동에게 어떤 보호 형태가 최선인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지자체 아동보호전담요원의 보호대상 아동 조치 업무 과정 출처: 보건복지부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입양부모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일부 입양부모는 입양 절차가 길고 복잡해졌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입양의 전문 실천 영역에서는 입양 절차의 '신속성'보다는 원가족 분리의 '신중함'과 절차의 '윤리성'이 입양 아동을 위한 '건전한 입양 관행(Good practice)'의 선행 원리임을 강조한다. 입양부모가 정해진 후에는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입양가정의 적응에 도움이 되지만, 그전까지는 친생부모, 입양부모가 모두 충분한 숙려의 시간이 필요하고 입양 관련 공적 서류에는 이 과정을 섬세히 담아야 한다. 한 아이의 인생이 걸린 일이고, 한 사람의 역사로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입양 아동은 출생 후 등록되어야 하고, 원가족과 헤어지는 과정은 신중해야 하며, 민간 기관의 이해관계 개입이 없는 공적 기관을 통해 입양과 입양부모가 결정되어야 하고, 입양인은 자신의 입양 사실과 친생부모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위의 사항들은 모든 아동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기본적 권리이기 때문에 헤이그협약과 유엔아동인권협약에 명시되어 있고 여기에는 축적된 연구 결과와 전문 실천,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양제도는 이러한 '아동 중심의 원칙'을 기반으로 변화 중이다. 내가 입양부모로서 이러한 변화를 지지하는 이유이다.

“나는 어떻게 입양 되었나요?”라는 입양인의 질문에 친생부모와 입양부모, 국가 모두 닦아 세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불쌍한 한 아이의 세상을 바꾸어 주는 '구원자'를 주제로 한 입양의 낭만 동화 대신, 입양이 한 아이를 중심에 두고 친생부모, 입양부모를 포함한 여러 어른이 책임감을 가지고 내린 신중한 결정이라는 사실이 전달된다면 입양인은 '입양이 나를 위한 최선이었구나'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될 것이다. 입양인이 자신의 입양을 '제한된 환경에서의 최선'으로 받아들일 때 입양부모와 입양자녀가 동행하는 삶의 여정은 더욱 탄탄한 토대 위에서 더 깊게 연결될 것이다. 아동 중심의 입양은 곧 우리 모두를 위한 입양이다. 11년 차 입양엄마의 생각이다.

“제가 입양인으로 살아보니까, 입양인이 가장 위로를 받는 순간이.. 양부모님이 행복하고 잘해 주고 이런 것도 너무 행복하지만 내가 어떻게 잘 버려졌는가? 에 대해서 아는 순간이에요. 정말 아무렇게나 엄청 금방 빠르게 버려졌는가, 아니면 정말 피치 못하게 아주 어렵게 어렵게, 간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했는가.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위로를 많이 받거든요. 그러니까 입양 부모님들이 그 점을 알아주셔서 아주 빠르고 강력한 단절이 아니라 부드럽고 느린, 섬세한 이별을 하고 곁으로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좀 느긋하게 기다려 주시기를 바라요.” -국내 성인 입양인의 인터뷰 중(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x8y3ebgGj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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