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지난 1월 6일 있었던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 등 폭력을 조장하는 정치 주장이나 음모론, 가짜뉴스 등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자신들의 플랫폼이 활용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방치했다는 내부 고발자가 나왔다.
페이스북에서 지난 2019년부터 지난 5월까지 2년 넘게 페이스북의 '시민사회 신뢰향상' 팀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던 프랜시스 하우건은 지난 3일(현지시간 CBS 방송 간판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에 출연해 페이스북의 내부 보고서들에 실렸던 내용들에 대해 폭로했다.
컴퓨터 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하우건은 구글과 핀터레스트 등에서 15년 동안 일하다가 페이스북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가 페이스북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인터넷 음모론 때문에 자신의 친구가 목숨을 잃은 사건 때문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인터넷에서 가짜뉴스를 없애겠다는 생각에 페이스북에서 '시민사회' 팀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CBS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공공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 사이에서 늘 기업의 이익을 택했다"며 "페이스북은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할 마음이 전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우건은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횡행했던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페이스북이 사실상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그릇된 길"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폭력을 조장하거나 음모론을 주장하는 자극적인 게시물이 많이 노출될수록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페이스북의 광고 수익이 늘어난다. 때문에 페이스북은 이런 게시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갖고 있던 문제 의식도 사실상 버렸다고 하우건은 주장했다.
하우건은 또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알면서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페이스북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소녀들 중 32%가 자신의 몸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느낄 때 인스타그램은 이런 느낌을 더 악화시킨다고 답했다. 또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10대들 중 영국 사용자의 13%, 미국 사용자의 6%가 인스타그램이 이를 더 강화한다고 답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셀레브러티(유명인)의 경우 '특별관리'를 해서 인종 차별 발언이나 가짜뉴스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하우건은 페이스북이 비영어권 국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내가 일하던 팀에서는 앞으로 어떤 나라가 (정치적, 사회적 소통에서) 위험에 처할지 알고 싶다면 2년 전에 페이스북이 어떤 나라에 진출했는지 찾아보면 된다는 말이 농담처럼 돌았다"며 "페이스북이 세계 각국에서 버는 돈이 같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페이스북이 새로운 언어 서비스를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영어나 프랑스어처럼 그 언어에 따른 안전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우건은 페이스북의 이런 모습이 "내겐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으로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페이스북 내부 자료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시민단체인 '휘슬 블로워 에이드'와 함께 페이스북을 상대로 거짓 정보 제공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오는 5일 미국 의회에 출석해 관련 내용에 대해 증언을 할 예정이다.
한편 페이스북은 하우건의 폭로에 대해 성명을 내고 "우리 회사는 항상 수십억명의 표현의 자유와 페이스북의 안정적 운영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며 "유해 게시물을 조장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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