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통신선을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다음날, 북한은 또다시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했다.
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월 30일 국방과학원의 주도로 "새로 개발한 반항공 미싸일(미사일)의 종합적 전투성능과 함께 발사대, 탐지기, 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국방과학원은 쌍타 조종기술과 2중 임풀스(임펄스) 비행발동기를 비롯한 중요 새 기술도입으로 미싸일 조종체계의 속응성과 유도정확도, 공중목표 소멸거리를 대폭 늘인 신형 반항공 미싸일의 놀라운 전투적 성능이 검증되였다고 하면서 이번 종합시험이 전망적인 각이한 반항공 미싸일 체계 연구개발에서 대단히 실용적인 의의를 가지는 시험으로 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통신에서 언급된 '쌍타 조종기술'은 미사일을 구성하고 있는 탄두 부분과 중간 부분에 각각 가변 날개를 설치하여 안정성 및 기동성을 증대시키는 기술을 의미한다. 또 2중 펄스 모터는 고체연료의 추력을 조정하는 기술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 통신선 복원 의지를 밝힌 다음날 이뤄졌다.
또 이번 시험 발사를 포함해 북한은 9월 들어 네 번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했는데, 바로 직전인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의 경우에도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25일 담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거론한지 사흘 만에 진행됐다.
이처럼 북한이 남한과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자신들의 행위는 자위권 행사의 차원이며 도발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남한의 대응을 시험해보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9월 25일 담화에서 정상회담을 거론하면서도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의 조건을 상정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에 대해 북한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도발'로 규정하고, 남한이나 미국의 군비 증강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 되는 이중 기준이 문제라며,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는 "눈에 띄는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과는 별개로, 자신들이 설정한 계획에 따라 미사일 시험 발사를 포함한 자위권 행사 차원의 대비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실제 지난 29일 시정 연설에서 "미국과 남조선의 강도적 논리에 맞서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이런 위험한 흐름을 억제할 우리의 부동한 입장을 철두철미 견지하며 필요한 모든 강력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이같은 행위는 남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하고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등의 조치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자위권 행사의 차원으로 판단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한 달 사이에 다른 종류의 미사일을 네 번이나 시험 발사한 북한의 이러한 행동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남북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한 정부는 김여정 부부장의 지난 9월 15일 담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면서 대화 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남한 정부를 계속 압박한다면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남한 정부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설사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남북 통신선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남북 간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시험에 김정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통신은 박정천 당 비서가 국방과학원의 간부들과 함께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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