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상 발사체를 발사한 날,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한반도 주변에서의 연합 군사 훈련 및 미국의 전략 무기 도입을 영구 중단하는 조건 하에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27일(현지 시각) 김성 대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중인 제76차 유엔총회 일반 토의 연설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평화와 화해를 바란다면 조선반도(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과 전략 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대조선(대북한) 적대정책 포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미국은 조선전쟁(한국전쟁)이 70년이나 종결되지 않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항시적 긴장과 대립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원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정책"이라며 "현재 미국 행정부는 적대적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말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남조선(남한)에는 미국이 주둔하며 항시적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묵인 하에 첨단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전쟁장비를 반입하는 것도 조선반도의 균형을 깨뜨리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김 대사는 "미국이 현 단계에서 적대정책을 철회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면서도 "조선에 대한 이중 기준을 철회하는 용단을 보이면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대화 재개의 여지를 열어뒀다.
김 대사가 언급한 '이중 기준'은 지난 24일과 25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밝힌 내용으로, 자신들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만 '도발'이라고 규정하는 남한과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그는 "그렇다고 우리는 사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군사동맹과 같은 냉전의 유물을 가지고 우리를 위협한다면 정말 재미없을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김 대사는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등 자신들의 군사 자산이 "미국이나 남조선 등 주변국가의 안전을 절대 침해하거나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대한 산물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침략을 막을 자위적 권리가 있고, 강력한 공격수단도 있지만 누구를 겨냥해 쓰고 싶지 않다"며 "우리가 핵을 가져서 미국이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해 우리가 핵을 갖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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