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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10년...피켓은 칼이고 피해자는 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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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10년...피켓은 칼이고 피해자는 죄인이었다

[포토스케치] 바뀌지 않은 세상에서 피해자는 죄인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10년. 피해자와 유족들이 23일 SK, 옥시, 애경 등 관련 기업 11곳 앞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양일간 이어진 캠페인에서 이들은 충분하고 신속한 배상과 보상을 요구하며, 현 정부에도 문제 해결 약속을 대선 전까지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24일 가습기살균제 배상·보상 조정위원회가 구성을 완료했다. 

2011년 임산부 7명과 신생아들의 돌연사를 규명하며 세상에 알려진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0년 동안 신고된 피해자만 7500명이 넘는다. 그러나 1994년부터 시판됐고 17년 동안 방치됐으니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살균제의 판매량으로 계산하면 피해자가 수십만 명에 이른다는 추계도 있다. 사망자도 현재 당국에서 인정된 숫자만 1000명이 넘는다. 신고된 피해자 중 사망자는 1700여 명에 이른다.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자났지만 기업과 관련자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들은 사과는 했지만 배상과 보상에 소극적이다. 옥시가 유죄 판결을 받은 반면, SK케미칼과 애경은 원료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 2018년 사회적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돼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다뤘지만 제한된 권한으로 2년 간의 활동을 끝마쳐야 했다.

큰 빌딩 앞. 주저앉은 한 사람이 구부정한 몸으로 피켓을 잡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이 마치 칼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진상규명도 처벌도 보상도 배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는 늘 죄인이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일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 되고, 없다고 하면 없는 일이 되는 세상이었다. 고통과 설움의 세월이었지만, 10년은 세상에선 잊어도 되는 시간이었다. 낡은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한 명의 피해자라도 더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날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 23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자전거 캠페인에 나섰다. 이들은 서울에서 11곳의 관련기업 앞에서 15분씩 피켓을 들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24일 가습기살균제 배상·보상 조정위원회가 구성을 완료했다. 위원장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이 맡는다. ⓒ프레시안(최형락) 

▲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피켓을 든 유가족. 가습기살균제는 호흡기로 들어가 폐섬유화 등의 폐질환을 일으켜 사람을 사망하게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목에 칼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피해자  ⓒ프레시안(최형락) 

▲ 합정 홈플러스 앞 ⓒ프레시안(최형락) 

▲ 오후 5시경 캠페인이 끝났다. 이들은 피해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캠페인에 나섰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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