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남부지역에서는 택시기사의 신고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거나 현금수거책을 검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4일 오후 2시 19분께 경기남부경찰청 112상황실에 "보이스피싱범으로 의심되는 손님을 태우고 왔다"는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택시기사라고 밝힌 남성은 "인천 연수역에서 경기 안양의 한 전철역까지 태우고 온 손님이 돈봉투를 들고 있었고, 통화를 하면서 상대방에게 ‘몇 분있다 도착하냐’고 자꾸 물어보는 등 뭔가 이상하다"며 "돈을 나르는 사람 같다"고 말한 뒤 인상착의와 택시에서 내린 손님의 위치 등을 설명했다.
즉각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해당 전철역의 한 출구 앞에서 현금전달책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시중은행을 사칭해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B씨에게 1100만 원을 건네받은 뒤 택시를 타고 안양으로 이동, 현금수거책을 기다리고 있던 상태였다.
B씨는 택시기사의 예리한 눈썰미와 발 빠른 신고 덕분에 무사히 돈을 되찾을 수 있었다.
같은 달 10일에도 충북 음성에서 손님을 태운 택시기사가 "1200만 원을 인출해 전달한다"는 손님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고 몰래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접수한 충북경찰청은 경기남부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해 평택제천고속도로 서안성IC 평택 방면으로 이동 중인 해당 택시를 발견, 현금수거책 C씨를 검거했다.
이달 들어서도 택시기사의 활약은 계속됐다.
지난 8일 택시기사 D씨는 경기 남양주에서 여주까지 70여 ㎞를 이동한 손님이 내린 뒤 곧바로 112에 전화를 걸어 "손님이 계속 급하다고 서둘러달라고 하고, 여주에 와서는 처음 목적지가 아닌 근처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며 "요금도 10만 원 가까이 나왔는데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 보니 보이스피싱 수금책 같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D씨를 통해 확인한 손님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현장에서 현금전달책 E씨를 붙잡았다.
당시 E씨는 자신이 들고 있던 가방에 가득 찬 현금 1060만 원의 출처를 묻는 경찰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고, 조사 결과 다른 곳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돈을 받은 뒤 재차 여주의 또 다른 피해자에게서 돈을 받으려고 택시를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그가 모두 14건의 보이스피싱 범죄로 4억5000만 원을 받아챙긴 사실을 확인하고 구속했다.
경찰은 이 같은 택시기사들의 도움으로 인한 보이스피싱 검거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최근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과거 금융기관 계좌를 통해 전달받는 ‘계좌 이체형' 전화금융사기가 감소하는 반면, 피해자가 직접 돈을 인출해 현금수거책에게 전달하는 ‘대면 편취형’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범행 과정에서 보이스피싱범들이 택시를 이용해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손님의 통화내용 등을 수상히 여긴 택시기사들의 신고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면 편취형’ 범행은 올 7월까지 2920건이 발생한 상태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61건 보다 1659건(131.6%) 증가한 수준이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의 신속한 신고로 전화금융사기 범죄 피의자를 검거해 시민의 소중한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손님이 은행이나 현금인출기가 있는 곳을 돌며 출금·송금을 하거나 돈을 받아 어디로 가고 있다는 통화 내용을 듣게 될 경우 또는 돈 가방 및 봉투를 들고 탈 경우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나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으니 112로 전화 또는 문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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