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손자가 국내 대학의 초빙교수로 임용됐다.
이스라엘 피세하(32)씨는 지난 9일 부인과 함께 최문순 화천군수를 찾았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꿈을 포기하지 말라던 최 군수에게 박사학위 논문을 선물하고, 누구보다 먼저 본인의 경성대 글로벌 학부 초빙교수(visiting professor) 임용사실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
피세하씨와 최 군수의 인연은 2009년이다.
당시 화천군 주민생활지원과장이었던 최 군수는 화천군이 에티오피아 장학사업을 추진키로 한 첫해 현지를 찾았다.
피세하씨는 15살의 중학생.
화천군은 참전용사 페이사 투파씨의 손자인 그를 장학사업 대상자로 선발했다.
이후 피세하씨는 매년 화천군의 장학금을 받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에티오피아 국립 메켈레 대학에 입학했다.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후 최 군수와 피세하씨의 인연은 이어졌다.
대학 졸업 후 보다 넓은 세계를 보고 배우고 싶었던 피세하씨를 최 군수와 화천군은 외면하지 않았다.
화천군의 국내 대학 유학 지원사업 덕분에 피세하씨는 2013~2015년까지 한림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재학 기간 화천군은 생활비를, 한림대는 학비를 지원하며 피세하씨의 꿈을 응원했다.
이후 피세하씨는 전북대 박사과정에 합격해 낮엔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밤엔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본인의 힘으로 사회복지, 공공 정신건강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부산의 경성대 글로벌 학부 초빙교수로 임용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최 군수와 마주 앉아 그간 삶의 궤적을 담담히 풀어내던 피세하씨는 “어린 시절 처음 만났던 순간과 군수님이 산천어 축제 당시 불러 주셔서 에티오피아 커피부스를 운영하던 때가 생각난다”며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피세하씨의 미래 계획에는 고국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법과 정부제도, 사회복지, 사회학, 공공 정신건강을 공부하면서, 에티오피아를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간직하게 됐다”며 “언젠가는 반드시 고국을 위해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견한 혈맹의 국가이며, 황제 근위병 6037명이 참전했다.
이들이 싸운 주요 전장은 화천이었다.
화천군은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2009년 5월, 이스라엘 피세하씨 등 61명을 선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308명에게 6억원 가까운 장학금이 지급됐다.
지역주민, 주둔 군부대 간부 등이 그간 후원한 장학금도 3억원에 달한다.
화천군의 도움으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명성의대를 졸업한 참전용사 후손 3명이 의사로 성장해 고국의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명지대에서는 후손 유학생 1명이 2018년부터 화천군의 생활비 지원과 명지대의 등록금 지원을 받아 올해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명지대에는 이달 또 다른 후손 유학생 1명이 입학해 석사과정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도 수많은 참전용사 후손들이 화천군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쳤으며, 취업에도 상당 수 성공했다.
최문순 군수는 “참전용사의 후손들이 우리 장학사업을 통해 잘 성장해 고국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정말 큰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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