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원전 부지 내에서 삼중수소와 세슘-137 등 방사성 물질이 고농도로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년 넘는 기간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단체는 곧바로 이번 사태를 명백한 '인재'로 지적하고 장기간에 걸쳐 월성원전 인근이 심각하게 오염됐으리라고 지적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과 현안소통협의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월성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제1차 조사 경과'를 공개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3월 말부터 월성원전 부지 조사를 시작했다. 월성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것 아니냐는 인근 주민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조사단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결과 월성 1호기 부지 내 물과 흙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대량 검출됐다.
사용후핵연료저장소(SFB) 벽체 주변 토양에서 세슘-137(감마핵종)이 그램 당 최대 0.37베크렐(Bq)이 검출됐다. 이는 자체 처분 허용농도인 0.1Bq/g의 3배가 넘는 양이다.
물에서는 삼중수소가 리터당 최대 75만6000Bq, 세슘-137은 그램 당 최대 0.14Bq 검출됐다.
이번에 검출된 이들 세슘-137과 삼중수소는 모두 고위험 방사성 물질이다. 세슘-137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대규모 원전 사고 당시도 누출돼 인근 주민을 공포에 빠뜨린 고위험 물질이다. 인체에 많이 축적될 경우 골수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 주요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삼중수소 역시 방사선을 방출하는 고위험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제한 기준은 리터당 1만Bq로, 이번에 월성원전 부지에서는 WHO 기준의 75배가 검출됐다.
조사단은 이번 누출의 원인으로 1997년 시공된 월성원전 1호기의 SFB 저장조 차수막의 부실한 보수 공사를 추정했다. 당초 설계도와 다르게 차수막이 시공돼 차수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저장수가 바깥으로 새어 나갔으리라는 판단이다.
즉, 이에 따르면 이 같은 부지 오염이 최소 1997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넘는 장기간 동안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저장조 콘크리트 벽에 시공된 에폭시의 방수 성능에도 결함이 있어 냉각수가 누설됐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다만 조사단은 "지금으로서는 방사성 물질의 외부환경 유출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향후 정밀조사를 실시해 방사성 물질의 외부환경 유출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후 그린피스는 곧바로 성명을 내 "이 정도의 방사능 준위가 원전 부지에서 발견되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월성 1호기뿐만 아니라 나머지 원자로의 저장수조 안전성도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에 밝혀진 장기간에 걸친 방사성 물질 누출이 "오랜 기간동안 인근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린피스는 이처럼 심각한 수준의 오염이 확인됐음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에 관한 조사 및 연구 계획만 세웠을 뿐, 누설을 막는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전대미문의 비계획적 방사성 물질 누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원안위와 한수원이 즉시 고농도 방사성 물질 누설 차단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20여 년간 부실 공사와 관리 태만으로 인해 방사능 차폐 기능이 제 역할을 못한 데 대해 원안위와 한수원이 "원전의 안전 관리와 운영 책임을 가진 국가 기관으로서 책무를 방기"했다고도 밝혔다.
그린피스는 아울러 이번 조사단 발표로 인해 원안위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속 조치로 약 600억 원 규모로 추진한 격납건물여과배기(CFVS) 설치 사업이 오히려 원전 안전을 훼손하는 점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CFVS를 월성 1호기를 포함해 국내 모든 원전에 설치하려 했으나, 이후 CFVS가 실제로는 중대사고 위험을 감소시키지는 못한다는 이유로 해당 사업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원안위는 CFVS를 SFB에 고정하는 과정에서 소구경 파일이 수조 바닥 2곳을 관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관통 지점은 총 7곳이었음이 확인됐다.
그린피스는 이에 관해 "대우건설과 프랑스 아레바의 컨소시엄으로 시공된 CFVS의 관통 사고에 대해 국제 소송이 진행 중이나, 당초 시공사의 설치 계획을 승인한 최종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특히 한수원과 원안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해당 사실을 적어도 수년 전 확인했으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조사나 연구 계획을 수립하는데 시간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궁극적으로 "월성 1호기의 오염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월성원전 2, 3, 4호기 SFB의 건전성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장수조 방수를 위한 에폭시 성능 결함이나 열화 현상으로 인한 콘크리트 균열 등 추가적인 결함이 없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근 주민과 인근 지역 피해 규모에 관해서도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도 그린피스는 강조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 월성원전 사태는 국내 원전 가동 역사상 전례 없는 방사능 누설 사고"라며 "국내 원전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자 명백한 인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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