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제로!"
코로나 이전이 100이라면 지금은 얼마쯤 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다.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만난 상인은 물건을 거의 팔지 못한다는 얘기를 다른 말로 바꾸어 몇 번이나 강조했다. 식당 집기류 장사를 30여년 해 왔는데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했다. IMF 때도 괜찮았다고 했다. 그는 7년 전 쯤 지금의 자리로 왔다. 권리금 1억원, 리모델링에 5000만원을 썼다. 장사는 코로나 이후 거의 되지 않았다. 줄폐업 러시에 개업하는 가게가 있을 리 없었다. 손님이 있는 날에도 2000원도 안하는 의자를 서른 개쯤 보내고 손에 5~6만원 쥔다고 했다. 물론 공치는 날이 더 많았다. 월세 400만원은 꼬박꼬박 나갔다 . 답답한 마음에 건물주도 찾아가봤다. 인근 건물 여러 채를 소유했다는 건물주는 임대료 감면을 거절했다. 정부의 지원책에도 기대를 걸어봤지만, 5차례나 지급된 소상공인 지원금은 소득 감소 증빙 등이 까다로워 한 푼도 못 받았다고 했다. 결국 그는 이달 말 장사를 접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 줄폐업의 불길이 고스란히 황학동으로 번지고 있었다. 1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자영업자의 39.4%가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4차 대유행의 지속으로 상반기에 비해서도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다. 불길이 거센데 바람까지 황학동 쪽으로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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