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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사북 집단인권침해사건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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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사북 집단인권침해사건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

“수백 명의 국가폭력 피해 접수로 당국의 직권조사 요구”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 사북읍에서 발생한 공권력에 의한 집단인권침해사건의 피해자들이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 진실규명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정선지역사회연구소가 2일 밝혔다.

이번 신청서에는 연행 후 고문만 받고 풀려난 피해자 구정우(70, 전남 화순)씨와 천만성(77, 충남 논산)씨를 비롯한 모두 11명이 우선 이름을 올렸으며, 내년까지 계속 피해자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달 정선지역사회연구소 황인욱(오른쪽) 소장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80년 사북 집단인권침해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신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

특히 이번 제2기 진화위에 접수된 진실규명신청서에는 당시 수사기록과 검거자 명부를 토대로 작성된 피해자 180여 명의 상세한 인적 사항이 첨부되어 있어, 당국의 직권 조사를 통한 신속한 피해자 구제와 진실 규명이 기대된다.

이미 2006년 제1기 진화위 시절 이원갑(82, 강원 정선)씨 등 사북 사건 주요 관련자 15명이 사북 사건 진실규명을 신청한 바 있고, 2008년에 국가 사과를 권고하는 진상규명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피해자들 사이의 갈등은 수십 년째 해소되지 않고 있다.

관련자들은 진화위 권고에 따라 국정 최고책임자의 사과를 기대했으나 제주4.3사건,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으면서도 사북 사건에 대한 언급은 아직까지 전혀 없다.

그 사이 사북 사건 주요 관련자인 이원갑씨와 신경(80, 경북 경주)씨는 재심을 통해 2015년 2월 무죄 판결을 받았고, ‘포고령 위반 방조죄’라는 괴상한 죄목으로 처벌받았던 황한섭(83, 경북 영주)씨가 올 5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는 등, 1980년 당시 사북에서 공권력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집단 인권침해사건의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올 4월에는 진실의힘 연구팀에서 사북항쟁 피해자 또는 그 가족 15명으로부터 국가폭력에 관한 상세한 증언을 추가로 확보하고 정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선지역사회연구소에서 ‘사북항쟁시기 국가폭력의 실상과 특이점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편, 제1기 진화위에 진실규명신청서를 냈던 주요 관련자들 외에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이 더 나타났다. 

여기에는 사북항쟁의 직접적인 발단이 되었던 경찰지프차 돌진 사태의 피해자 고 원일오 광부의 아내 장분옥(70, 경기 성남)씨를 비롯해 불법 연행 후 고문만 받고 무혐의로 석방된 천만성(77, 충남 논산)씨와 동명이인으로 붙잡혀가 엉뚱한 혐의를 뒤집어쓰고 고문받았던 고 김해용 씨의 아들 김원수(58, 강원 정선)씨, 정선경찰서 임시조사실 부녀자 고문 피해자 노금옥 씨의 아들 윤만석(56, 강원 원주)씨 등이 포함되었다.

이미 40년 전의 사건이 되어버린 사북 사건의 피해자들은 현재 대부분 70세 전후의 고령자들로 그 중 상당수가 보상은커녕 국가의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2018년에는 박노연 씨, 2019년에는 이명득 씨, 2020년에는 정인교 씨가 사망한 데 이어, 얼마 전 8월 30일에는 사북 사건에 대한 국가 사과와 피해자 간 갈등 해결을 위해 애쓰던 최돈혁 씨(75, 강원 태백)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등 안타까운 일이 이어지고 있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 황인욱 소장은 “1980년 사북 사건은 권위주의 통치 시기 현저히 부당하고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중대 인권침해사건”이라며 “사북 사건은 국가폭력이 어떻게 굳건했던 공동체를 파괴하면서도 그토록 오랜 기간 침묵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제2기 진화위에서는 사북 사건 관련자로 연행되었다가 고문 수사만 받고 풀려난 수백 명에 달하는 피해자에 대해 직권으로 그 소재를 찾아 피해 사실을 청취하고 진상을 밝혀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2기 진화위의 80년 사북 집단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신청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구정우(신청인 대표 70세, 연행 후 무혐의 석방, 고문 간첩 조작 트라우마 호소)

▲천만성(77세, 연행 고문 후 무혐의 석방, 척추 수술 3회 등 피해 호소)

▲김해용(79세, 연행 후 무혐의 석방, 고문 피해 호소)

▲김영복(70세, 연행 후 무혐의 석방, 고문 피해 호소)

▲이정근(81세, 고 이명득 남편, 부인의 성적 고문 피해 증언에 따른 진상 규명 요구)

▲장분옥(70세, 고 원일오 아내, 경찰 지프차 돌진 후 후유증 사망 진상 규명 요구)

▲김원수(58세, 고 김해용 아들, 부친 동명이인 연행 후 무혐의 석방, 고문 피해 호소)

▲윤만석(56세, 노금옥 아들, 모친의 고문 증언에 따른 진상 규명 요구)

▲황한섭(83세, 연행 후 고문 피해 호소)

▲정의자(82세, 고 박근식 아내, 연행 후 고문 피해 호소 실직)

▲황인오(66세, 이덕수 순경 살해 누명 수배 후 다른 사건으로 기소, 고문 피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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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

강원취재본부 홍춘봉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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