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제는 이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며 미국이 20년 동안 지속했던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에 대해 공식적으로 종료 선언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약속했던 아프간에서 미군 철군 시한인 31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나는 이 끝나지 않는 전쟁을 연장할 생각이 없었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미군은 전날인 30일 오후 마지막 수송기가 아프간 수도인 카불 공항에서 이륙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전쟁 종료 선언을 했다.
바이든은 자신의 철군 결정이 성급한 것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철군 시한이 "미국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계획됐다"며 미군이 남아 있었다면 탈레반과 새로운 전투에서 추가 인명 피해를 감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번 철군 작전이 "비범한 성공"이라고 자찬했다.
그는 거듭 아프간 철군 결정이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제게는 간단한 선택 밖에 없었다"며 "지난 행정부의 약속을 이행하고 아프간을 떠나거나 아니면 수만 명의 병력을 다시 전쟁에 투입해야 했다. 떠나느냐, 확대하느냐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또다른 무장집단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이 사망하고 아프간인 17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상 때문에 바이든은 취임 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그는 "다른 국가의 재건을 위한 대규모 미군 배치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자신의 철군 결정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옳았다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항변했다.
"이제 미국 국민들에게 다시 솔직해져야 할 때다. 우리는 더 이상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할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201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에도 미군이 지속적으로 아프간에 머물렀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프간 재건을 이유로 쏟아부은 미국의 지원금과 연관된 각종 이권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전히 아프간에 100명 가량의 미국인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공격 등 여전히 위험의 '불씨'는 남아 있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된다고 해서 미국의 헌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이들과 아프간 조력자들의 탈출을 지속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은 이날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인들의 탈출에는 "데드라인이 없다"고 언급했으며, 카불 공항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에 대한 보복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바이든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철군 과정을 지켜본 미국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31일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가 공동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국민의 38%만 바이든 정부의 철군 정책에 대해 지지했고, 51%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이 여론조사는 카불 공항 테러 이후인 지난 27-30일 사이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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