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대학교 운영권을 부산의 건설업체에 넘기려던 대우조선해양의 계획이 거제시민의 비난에 직면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더 이상 대학에 재정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영권을 양도해서라도 대학을 살리려 한다고 읍소했지만 일방적 운영권 양도 추진에 따른 거제시민의 반감을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같은 정서는 27일 거제대학교에서 열린 관계기관 의견수렴을 위한 회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서일준 국회의원이 마련한 이날 회의에는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 김환중 거제상공회의소 회장, 거제시 옥미연 행복생활국장, 거제경실련 강학도 집행위원장, 거제대 조욱성 총장, 총동문회 및 양대조선 담당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세영학원 운영권 양도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발표와 다를바 없다"는 지역사회의 따끔한 지적이 이어졌다.
거제시민과 지역사회가 대우조선해양 특혜 매각을 막기 위해 2년여 동안 몸으로 싸우고 있는데 그 점을 알고 있는 회사 측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창학이념마져 저버리고 거제대와 거제국제외국인학교를 지역사회의 동의도 없이 매각하려는 행위는 이율배반이라고 반발했다.
“김우중 회장이 설립한 대학은 산업은행의 대학이 아니다. 기업 이윤을 교육사업에 환원한 거제시민의 대학이다. 지금 대우조선해양은 창업자의 창학정신을 지분이라도 되는 듯 대학을 시민 모르게 팔아 치우려는 것과 같다”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측은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거제대학 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회사가 처한 어려움에도 지금껏 지켜왔다. 이제는 정말 대우조선해양이 홀로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처했다. 당장 학교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자금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운영권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역사회가 대학을 포기하기도 전에, 거제대학교가 처한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수렴도 없는 일방적인 매각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운영권 양도 양수절차를 진행 중인 부산 건설업체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인수당사자로 거론된 기업은 개발사업, 레저산업에 치중하는 건설사로 단순히 대학의 새로운 운영 주체를 바꾸는 건강한 교육투자 일환이 아닌 개발에 포커스를 맞춘 인수 시나리오일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거제에는 특정건설업체의 재정 능력과 비교가 불필요한 세계적인 대형조선소 2곳이 있다. 여기에 거제시와 지역사회가 힘을 보탠다면 대학이 처한 위기는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날 관계기관 회의에서는 운영권 양도 논의에 앞서 거제시와 지역사회가 학교 발전 방향 등 대학이 처한 문제를 대처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TF(Task Force) 팀 구성이 제안됐다.
이에 앞서 거제시와 거제시의회는 거제대학교 운영권 양도 추진 논란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9월초에 가질 계획이다. TF팀 구성문제도 이때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한편 이날 거제경실련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거제대학교 매각 즉시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관계기관 회의가 끝난 이날 오후 “오늘 서일준 의원이 주관한 회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거제대학교를 현재와 같이 부산의 건설사에 매각하는 대신 거제시와 거제시의회가 적극 나서 대학에 재정적 뒷받침을 해줌으로써 명실상부한 거제시, 거제시민의 대학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거제경실련은 거제대학교의 재단이사회와 대우조선해양에 현재 진행 중인 거제대학교 매각절차 즉시 중단과 거제시와 거제시의회는 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종합해 거제대학이 거제시의 지원으로 명실상부한 거제시, 거제시민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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