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SG는 모든 산업군에서 가장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MT(기술, 미디어, 통신)산업에서는 일부 통신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ESG에 대한 이해나 준비가 미진한 실정이다. 이런 배경에서 TMT는 과연 ESG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그에 따라 나아가야할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ESG의 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응, TMT 이해관계자들의 ESG에 대한 수용성 증가, ESG에 대한 기업들의 준비 등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필자)
2021년 가장 큰 화두는 아마도 'ESG'와 '메타버스'가 아닐까 한다. 두 단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누구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누구도 정확한 정의를 내리거나 방향성을 예측하거나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마케팅과 홍보의 영역에서 투자자들을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서 작동하는 성격이 짙다.
특히,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에 대해 기업들의 높은 관심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TMT(Technology, Media and Telecoms)기업들의 경영진들은 ESG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TMT산업은 다른 산업 군에 진출하여 인프라나 다양한 콘텐츠 요소, 통신 등의 요소를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모든 산업군의 ESG에 다양한 영항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5G와 같은 통신 기술의 발전은 데이터 전송에 적은 전력을 소모하게 하여(한꺼번에 많은 데이터를 전달 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에 따른 전력을 감소시켜 에너지 절감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어플라이언스를 연결하고 정보를 공유하여 에너지 절감이나 운영효율성을 극대화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TMT에서의 ESG 정의
ESG는 기업의 지배구조의 수준(품질)뿐만 아니라,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적인 문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펀드사, 학술단체 등 그 종류와 숫자를 가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정의와 평가 지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ESG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인 것도 아니다. ESG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투자측면에서의 평가를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해 환경, 사회, 거버넌스 영역별로 쉽게 구분하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실제로는 '지속가능경영'라는 개념과 용어로 더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다. 한국에서는 2021년 초부터 ESG 가이드라인(ESG 정보 공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발표하였다. 기업의 지배구조(이사회)와 경영진이 ESG관련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하여 해당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관심과 관여를 확대하는 것이 추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자발적으로 ESG관련 정보를 공시하고, 2025년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들이 ESG관련 보고를 의무화 할 것을 노력하며, 2030년에는 모든 상장 기업들이 ESG관련 공시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기로 하였다. ESG 가이드라인의 의도는 상장 기업들의 ESG 정보 공시를 확대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투자를 확대하는데 있다.
한국거래소가 ESG의 예시를 UN PRI(UN 책임투자원칙, 2006)를 참고해서 제시한 것을 보면 ESG를 투자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SG의 정의나 개념은 이를 이용하는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금융이나 투자 산업 쪽에서는 비재무적 위협을 줄이기 위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였다면, 경영전략영역에서는 ESG를 새로운 기업 전략체계로 이해하고, 기업이 경쟁에서 생존하고 새로운 사회 문제와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CSR, CSV도 ESG 전략의 하나라고 이해하고 있다.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결국 ESG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재무적, 비재무적 위협을 대응하는 전사적인 대응체계라고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영역에서 합리적으로 쓰일 수 있는 정의와 평가방법 등이 만들어 질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대응
코로나 19와 기후변화의 위협, 사회적 불평등과 폭력 등이 증폭되어 ESG는 이제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일례로, PwC가 수행한 영국의 연례 CEO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점점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주요 기업들 CEO의 70%가 기후변화에 대해 우려한다고 응답하였고, CEO의 60%가 향후 3년간 지속가능성 및 기타 ESG 이니셔티브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약 3분의 1은 자신의 목적과 가치, 그리고 조직이 더 넓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발표하였다.
그림 1은 영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하는 PWC의 설문조사를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세대별 의견을 보면 전 연령에서 60%이상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기업과 기업 간, 또는 기업과 소비자 간 ESG관련 이슈도 있지만, 기업과 투자사간 ESG이슈도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파이낸셜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피델리티가 투자기업들에게 블랙록에 이어 ESG경영을 압박하고 나섰다. 기후 변화와 이사회 구성원의 성별 다양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이사 선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반영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델리티는 자체 투자 포트폴리오 내에서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거나 탄소 배출에 크게 기여하는 약 1,000개 기업들에 대해 기후 변화 대응과 이사회 다양성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해관계자들의 ESG에 대한 수요 증가
TMT 기업들도 더 이상 주주들의 이익만 극대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고객, 내부직원, 공급 및 협력 업체, 커뮤니티, 언론 및 규제기관과 같은 새로운 이해관계자들과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단독으로 이익을 극대화 하거나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든 시대가 도래 하였다. TMT 산업은 플랫폼과 네트워크 사업자로 양면시장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 기업과 차별점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콘텐츠 기업이 플랫폼 기업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보다 많은 대가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과 재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형태, 상호 보조와 상호 경쟁이 동시에 나타나는 산업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TMT 산업은 거래 계약 단계에서 ESG에 대한 의무와 보증을 제공해야한다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아래 그림 2는 ESG의 이해관계자와 그 특징을 정리한 것이다.
미디어 기업에서 ESG활동에 대한 사례를 들어보면 넷플릭스 사례를 검토할 만하다. '대중영화에서의 불평등 Inequality in Popular Films'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성별, 인종, 성소주자, 장애인에 대한 다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초 분석에 따르면 해당 연구에서 측정한 22개 지표 중 19개를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엔터테인먼트 기업 대비 여성, 유색 여성, 여성 크리에이터 고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화와 시리즈에서 주연 역할에 대한 양성평등이 개선되었으며, 흑인 배우의 주연 또는 공동 주연 비율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소수자 지원을 위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소수 커뮤니티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구축하여 5년간 1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ESG의 모든 활동을 설명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기업이 ESG 활동에 대한 태도를 갖고 있는지 설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SG에 대한 TMT 기업들의 준비
ESG에 대해서 TMT기업들의 준비는 다음과 같다. 먼저 환경에서는 제품 사용과 폐기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서버를 활용함에 있어 나오는 에너지 소비와 재활용 정책, 셋탑박스에 대한 폐기 처리 정책 등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외부 업체에 위탁해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 및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적합한 정책을 마련하고 운영 및 관리해야한다. 공급망에 있어서는 탄소배출, 환경오염, 비재생 자원의 사용 등에 대해서 고려해야한다. 예컨대 통신사가 이용자에게 VR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성능 컴퓨팅을 통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완화 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와 모델링 고도화를 통해 탄소 배출(시스템 가동 범위를 줄이는 노력)을 줄이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망 고도화를 통해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 개발 노력이 필요하며, 셋탑박스 역시 고도화를 통해 대기 및 사용전력을 줄이는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가상 무대, 가상 공간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출장을 줄여 항공과 차량의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것 조차도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제품 및 서비스 영역에서는 고객의 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기술을 확대하여 이용자의 보호를 위한 기술을 확충해야한다. 공급망 관리에서는 “상생협력” 또는 “동반성장”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TMT는 양면시장의 구조를 통해 기업이 영위되고 있으므로 공급자와 소비자, 이를 중계하는 플랫폼 사업자, 네트워크 사업자 간의 복잡한 거래 구조가 존재한다. 또한, 한정된 재원을 분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상호 부조와 상호 경쟁이 동시에 나타나는 시장으로 이해관계자간 협력이 없이는 지속성장은 불가능 하다. 대표적인 시장이 방송 시장으로 콘텐츠 거래 대가 관련 분쟁이 지속되어 방송 시장의 성장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TMT거래 시장내에서 ESG를 기반으로 하는 상생협력과 동방성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광고시장 역시 광고주가 방송사나 콘텐츠 사업자에게 ESG 중 다양성 등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어 관련된 검토가 필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TMT 기업은 전 가치 사슬에 있어 협업 강화를 통해 공동의 성장과 번영 전략을 준비해야한다.
정리하면, TMT기업은 환경을 위해 새로운 제품 및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그것이 콘텐츠가 되었던, 셋탑박스가 되었던, 스마트 기기가 되었던 말이다. 또한, TMT사업을 영위하면서 수집된 방대한 자료(예컨대 고객 행동데이터, 소셜미디어 데이터 등)와 IT기술을 통해 ESG를 활성화 할 수 있는 R&D 프로젝트 투자를 확대 해야 한다. 또한, 직원의 출장 감소, 종이 및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소, 자원 재활용, 에너지 효욜성 증대 등 생활 속에서 확대할 수 있는 ESG 계획을 수립하여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준수를 강조해야한다. ESG를 특정한 캠페인이나 활동이 아닌 KPI화를 진행하여 내재화 및 고도화 작업을 하루 빨리 진행해야 한다. ESG는 결국 비재무적 위협을 줄이고 이를 통해 재무적 기회를 확대하여 기업의 생존성과 지속성을 보장하는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다만 ESG는 어떤 특정한 방법이 정답이 아니다. 기업의 내부 구성원들,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외부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 가야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기술과 네트워크와 플랫폼이 결합하면 그 어떤 산업보다 높은 ESG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모두가 연결된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두가 함께 준비해야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협업과 협력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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